지난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에서 공사 중이던 서울세종고속도로 제9공구 교량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는 등 총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 현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관사로 참여한 컨소시엄이 공사를 맡은 곳이다. 공동 시공사는 호반산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공사 지분율은 62.5%로, 전체 공사금액 2053억원 중 1175억원이 현대엔지니어링 몫이다. 하청업체는 장헌산업과 강산개발이다. 공사는 2019년 12월 착공해 2026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었다. 진행률은 약 56.6%였다.
사고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은 입장문을 통해 "소중한 생명을 잃은 피해자와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신속한 사고 수습과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현대엔지니어링의 안전 관리 시스템과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상황에서 등판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가 취임 초기 마주한 대형 악재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직접적인 손실, 보상 규모는 아파트 붕괴 사고보다 작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건설업계 대형 사고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손해 규모가 작다. 해당 현장 공사비가 현대엔지니어링 연간 매출액 대비 0.8% 수준에 그치고, 사고가 특정 교량 구간에서 발생해 전체 공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아파트 붕괴 사고와 달리 입주 지연 보상금도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이 높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부실시공으로 5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면 1년 내 영업정지를 받을 수 있다. 심각한 공중 위험을 초래한 경우 사업자 등록 말소까지 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발생 직후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사고 원인과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 및 관련 시공사에 대한 행정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2022년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이 직접 부실시공에 대한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관리 부실에 대해서는 서울시에 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
2021년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참사 이후 붕괴 사고 인명 피해가 가장 컸다.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발생한 학동 참사 때는 철거 중이던 지상 5층·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이 무너져 버스정류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쳤다.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당시 사고로 영업정지 8개월과 과징금 4억원 처분을 받았다. 현재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 당시 국토부는 GS건설에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업계에선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비슷한 수준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사고로 인해 향후 공공·민간 건설 사업 수주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에 따른 영업정지가 현실화될 경우,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 관리 시스템을 대폭 개선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수주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처분 수위에 따라 기업 이미지와 재무적 영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구조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국토부와 관계당국은 정밀 감식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향후 사고 책임 소재와 법적 처벌 여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