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급' 과대 분양광고 막으려면…후분양제·CM 확대, 대안될까

김지영, 김평화, 홍재영 기자
2025.05.28 15:55

[MT리포트]건설광고, 사기와 과장 사이④

[편집자주] 강남권 하이엔드 주거시장을 중심으로 부당광고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럭셔리 커뮤니티를 앞세운 광고를 보고 기대에 부푼 입주민들은 허탈감을 느낀다. 법적 제재는 미미하다. 광고와 달라도 책임을 묻기 어렵다. 시행사와 시공사는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 그 결과 광고와 사기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책임을 명확히 물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주택 분양 방식/그래픽=윤선정

과장 분양 광고는 건설업계의 해묵은 난제다. 대형 건설사 이름만 믿거나 화려한 과장 광고에 속아 계약한 수분양자들이 준공 후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선분양' 제도를 지목한다.

국내 주택 사업은 선분양 비중이 높다. 착공 전 분양을 실시해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구조다. 건설사는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가능하지만 수분양자는 홍보용 카탈로그나 견본주택만 보고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집을 선택해야 한다.

주택 선분양제도는 1978년 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서 처음 시행됐다. 당시 공정률 20% 이상이면 선분양을 할 수 있도록 열어뒀다. 이후 1998년 주택 경기 부양을 위해 사업 주체가 주택건설 대지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분양 보증을 받으면 착공과 동시에 분양할 수 있도록 완화해 유지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후분양제'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후분양은 건축이 일정 부분(통상 60~90%) 완료된 상태에서 분양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견본 주택이 아닌 실제 건물을 보고 계약할 수 있어 과장 광고나 시공 변경 등에 따른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부실시공 위험도 크게 줄어든다. 공정률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의 품질을 확인한 후 계약하는 만큼 시공사의 책임감과 품질 관리 수준도 높아진다. 장기적으로 주택 품질 전반의 상향 평준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선분양제는 도시화, 산업화 과정에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태동한 한국만의 독특한 방식이라 선분양을 하는 나라가 많지 않고 선진국일수록 후분양이 일반적"이라며 "부동산 시장 변동성, 품질 보증 문제 등을 고려할 때 후분양제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후분양제는 건설사의 자금 조달 부담을 키워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일부 공공주택이나 대형 공기업 중심으로 시범 운영되긴 했지만 민간 주도로 확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 원장은 "강남이나 서울 등 분양이 잘 되는 지역에서부터 먼저 시범적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공 과정에서 제3의 전문가가 개입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대단지 재개발·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CM(건설사업관리) 방식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공 단계에서부터 조합이나 시행사가 건설사업관리 업체를 고용해 시공사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구조다. CM 업체는 일반인이 파악하기 어려운 설계안의 타당성,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의 적절성 등을 전문가적 시각에서 검토한다. 그 결과 공사비 절감은 물론 불필요한 갈등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데 실질적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분양 당시에 광고했던 카탈로그나 조감도 상에 커뮤니티나 시설 수준이 다르다는 취지의 분쟁이 많은데 준공 이후에 이를 조정할 여지가 많지 않다"며 "비전문가인 일반인들이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CM사가 전문가로서 이를 대신하면 품질 향상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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