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건설사 중 하나인 포스코이앤씨의 건설현장에서 잇따라 중대재해가 발생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면허 취소 등 가능한 모든 제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이러한 발언을 철회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국회 전자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원인은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라며 "조사와 법적 절차 없이 대통령이 특정 기업의 존폐를 언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 네 차례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 광명 신안산선 붕괴, 대구 주상복합 추락, 함양울산고속도로 끼임 사고 등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일에는 경기 광명시 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작업자가 감전돼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해당 현장은 안전 점검 완료 직후 작업이 재개된 곳이었다.
사고 다음 날 이 대통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강한 표현과 함께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모든 제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건설업계는 해당 지시가 현실화되면 1997년 동아건설 이후 28년 만의 건설면허 말소 사례가 될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 발언 이후, 국회 전자청원 게시판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포스코이앤씨 면허취소 발언 철회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됐다. 청원인은 △사고 조사와 법적 판단 없이 대통령이 직접 면허취소를 지시한 점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부당한 피해 △발언으로 인한 건설업 전반의 위축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청원인은 "포스코이앤씨 직원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현장에서 단 1건의 사고라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라며 "법적 절차를 무시한 발언은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현행법에 따라 공정하게 조사하고, 처벌이 약하면 국회를 통해 법을 강화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강력 유감"을 표명하며 포스코이앤씨 전 현장에 대한 불시 감독을 예고했다.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제한 등 제재 방안이 내부 검토 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건설업계는 "대통령의 발언은 수천 명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 직원들 가족들이 '회사 문 닫는 거 아니냐'고 묻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중대재해에 대한 엄정 대응은 필요하지만, 국가 최고 지도자가 법적 판단 전에 특정 기업을 지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발언이 기업 활동과 근로자 사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법치주의 원칙과 공정 절차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건설면허 취소는 법정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발언이 정책적 의지 표명이라 해도, 기업에 대한 시장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