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 위기 건설사, 생존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

김평화 기자, 김지영 기자, 홍재영 기자
2025.09.22 14:00

[MT리포트-건설사 떠나는 사람들]④

[편집자주] 국내 고용 5대 산업 중 하나인 건설업이 급격한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마저 인력을 대폭 줄이고 있다. 공사비 폭등과 PF 경색에 중대재해법 등 안전 규제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는 인건비 절감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본사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하청, 중소 건설사, 나아가 자재·장비 공급업체 등 연관 산업 전반에 위기는 확산된다. 건설업의 '일자리 보고(寶庫)'라는 위상마저 흔들린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대출 규제의 여파로 7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큰 폭으로 줄었다. 16일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7월 전국 아파트 거래는 3만 436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5만 3275건) 대비 35.5% 감소한 수치다. 서울의 거래량은 1만 937건에서 3948건으로 63.9% 감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2025.9.1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공사비 폭등,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인력 구조조정과 현장 축소가 현실화됐다. '일자리 보고'라는 명성이 무너지고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건설업의 생존 해법은 무엇일까. 단순 긴축 경영을 넘어 구조적 체질 개선과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기 부양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확대하고, 위축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을 정상화할 금융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 지방 미분양 누적과 PF 경색으로 사업 자체가 막히고 있는 가운데, 공공 발주 확대와 보증 지원을 통해 민간 건설 수요를 촉진하는 역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가 발주하는 SOC 사업은 도로, 철도, 공항 등 장기 프로젝트가 많아 경기 안정 효과가 크다. 여기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금융 개입이 병행된다면,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건설사 스스로의 자구책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해외 플랜트 수주, 친환경 인프라 사업 진출, 디지털 전환을 새로운 활로로 꼽는다.

국내 시장이 정체 국면에 들어선 만큼, 해외에서의 성장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등 대형사들은 최근 미국과 중동, 동남아시아에서 대규모 플랜트·인프라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친환경 인프라 역시 핵심 과제다.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재생에너지, 수소 인프라, 그린빌딩 등 미래형 프로젝트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의 주택·토목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친환경·스마트 인프라 분야로 영역을 넓히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모듈러 건축,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등 디지털 건축 기술 투자는 비용 절감과 품질 개선, 안전 관리까지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 위기를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산업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업계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력 양성과 산업 구조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년층 유입이 줄고 숙련 인력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현 상황에서, 장기적 인력 수급 대책 없이는 미래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비용 절감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 지원 △건설사 해외·신사업 진출 △산업 체질 개선이라는 '3대 생존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지금은 단순히 경기 순환적 위기가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기"라며 "건설사들이 체질 개선에 실패한다면 단순한 불황을 넘어 구조적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수민 NH농협금융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건설사들이 직접 시행이나 개발사업 등 다양한 활로를 모색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낸 사례는 많지 않다"며 "모든 사업을 다하기보다 특정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운 정비사업에서, 한화 건설부문은 복합개발 사업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윤 위원은 "각 회사가 자신 있는 영역을 키워야 경쟁력이 된다"며 "SOC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그 안에서 특화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의 방향성에 대해선 "안전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강한 규제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시공사가 안전 의무를 지킬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등으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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