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1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증인석에 앉는다. 국토교통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세 개 상임위가 대형 건설사들을 동시에 소환하며, 사실상 '건설업 정조준' 국감이 열리는 모양새다. 안 그래도 규제 일변도인 상황에서 또다시 기업 옥죄기가 이어질까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토위는 13일 첫 국감 증인 명단에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등을 올렸다. 주요 증인 채택 사유는 '건설현장 사망사고 증가'와 '안전관리 미흡'이다.
이 중 일부는 환노위와 법사위에서도 중복 출석 요구를 받았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와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두 상임위에 모두 증인으로 채택됐고,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국토위에 이어 법사위까지 출석한다. 이 대표는 '가덕도신공항 수의계약 파기'와 윤석열 정부 당시 관저공사 특혜 의혹 등 별도의 현안에 대한 질의도 받는다.
국감장에 서게 된 CEO들은 국가 기반산업의 현장 리더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산업 발전보다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0대 건설사에서만 113명이 사고로 숨졌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4~5월 사이 이랜드건설 현장에서만 중대재해 3건이 연속으로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샀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 차지만, 사망사고는 줄지 않고 오히려 하청 구조나 안전관리 외주화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고 건설사에 대해 면허 정지·취소까지 검토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 방안을 준비 중이다. 최근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는 영업정지 요건 강화, 현장 점검 의무 확대, 안전관리비 집행 실명제 등 고강도 조치가 담겼다.
정부는 이번 대응이 처벌이 아니라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0대 주요 건설사 대표들과 만나 "사망사고를 방치한 채 기업 발전만 추구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경고했다.
건설업계의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모두가 안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공공공사 낙찰가 제한과 인력난 속에서 비용 구조상 안전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이 취지에 비해 모호하고,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 범위가 불명확해 경영진이 불안해한다"며 "억울한 사례가 있어도 결국 국감에서는 고개 숙이고 사죄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중대재해 근절은 당연하지만,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조건적인 처벌 강화보다는 낙찰제 개편, 원청·하청의 안전관리 책임 분담, 안전예산 현실화 등 실질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금리 상승, 분양 부진, 민간투자 위축으로 이미 업황이 급격히 냉각된 상황에서, 정부 규제와 국회의 압박이 동시에 겹치면 건설업의 활력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규제와 감사에 몰두하는 사이, 중소 시공사나 협력업체는 일감이 끊기고 안전관리비 부담을 전가받는다"며 "국감이 '책임자 망신주기'로 끝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