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무주택자들의 '청약 사다리'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 당첨이 '내 집 마련'이 아닌 '자금 부담'을 의미하게 되면서 청약시장에 패닉 조짐이 나타난다.
23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규제지역으로 꼽힌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구역 신규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 한도가 기존 60~70%에서 40%로 줄어든다. 청약 당첨 후 실제 계약·잔금 납부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할 전망이다. 분양가는 오르는데 대출은 줄어든 '이중 압박'에 처하면서다.
서울 노원구의 한 청약 당첨자는 "당첨됐을 때는 기뻤지만, 막상 대출 한도를 계산해보니 자금이 부족하게 됐다"며 "당첨 통보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됐다"고 토로했다.
올해 하반기 서울·수도권 청약시장은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인다. 일부 인기 단지는 여전히 수백 대 1 경쟁률을 기록하지만, 당첨자 계약 포기율도 함께 치솟았다.
경기도에 거주하며 서울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30대 김모씨는 "분양가가 매년 오르는데 대출가능금액은 점점 줄어든다"며 "결국 돈 있는 사람만 청약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비판했다.
청년·서민층의 마지막 보루였던 분상제 단지마저 고가화되면서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부동산 컨설턴트 A씨는 "특별공급 분양을 따로 하는 목적은 서민 주거 안정인데, 현실은 분양가 상승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오히려 서민들의 청약 접근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청약제도가 더 이상 무주택자의 희망 통로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약 경쟁률은 높지만 실제 계약 비율은 줄고, 분양가 부담과 대출 제한이 맞물리며 실수요자는 시장에서 밀려났다.
특히 분양가는 오르고 대출은 막히며 청약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내세워 쏟아낸 규제들이 오히려 무주택자의 희망을 꺾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진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의 정책 방향은 시장 안정이 아니라 실수요층의 패닉과 체념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청약 사다리를 복원하지 않으면, 중산층 이하 계층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급 안정화와 금융 규제를 별개로 추진하는 정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 억제라는 목표 아래 분양가를 통제하고 대출을 막는 식의 이중 규제는 실수요자만 고통스럽게 만든다"며 "금융 접근성을 보완하지 않으면 무주택자의 청약 기회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분양가 상승세는 자재비·노임 등 현실 비용에서 비롯된 만큼, 공급단가 안정화와 금융 지원을 병행해야 정책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