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난관은 '엄청난 규모'…"기술과 아이디어로 길을 뚫었다"

싱가포르(싱가포르)=김지영 기자
2025.11.27 05:40

[K-건설, 글로벌 헌터스]④조용호 GS건설 T301 현장소장 인터뷰

[편집자주] 'K-건설'이 아시아와 중동 등 해외 건설현장 곳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주택·사회간접자본(SOC)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사이 해외에서는 K-건설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사상 처음으로 '500억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조용호 GS건설 T301 현장소장이 기자와 함께 방문한 T301 현장 버스 차량 기지에서 10년 프로젝트를 마친 소감에 대해 밝혔다./사진=김지영기자

싱가포르 동부 창이 공항 인근, 거대한 건축물 하나가 조용히 우뚝 서 있다. 세계 최초의 초대형 빌딩형 철도·버스 복합 차량기지 'T301 프로젝트'. 지난 10년간 GS건설이 단독으로 수행해 올해 마침내 완공한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조용호 GS건설 현장소장은 완공을 앞두고도 담담했다. 10년 대장정 프로젝트를 마치는 소감을 묻자 나지막히 뱉은 그의 첫 마디는 "드디어, 해났다"였다. 이어 "세계 어디에도 없는 건축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규모는 다시 없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싱가포르 인프라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유일무이하고 복잡한 건설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를 이끈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초고층보다 더 어렵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의 난공사"

T301 프로젝트의 가장 큰 어려움은 말 그대로 '규모' 그 자체였다. 조 소장은 "초고층 빌딩은 층을 하나씩 올리며 공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리듬이 있다. 그런데 T301은 '수평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건물'인 만큼 반복 공정이 없고 모든 단계가 난관이었다"고 말했다. 총 면적 48만㎡, 연면적 87만㎡. 조 소장은 첫 착공 순간부터 "지하철 차량 985량, 버스 760대가 정비·주차를 하는 이 정도 규모가 단일 건물 안에 들어간 적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기존 공사 매뉴얼이 통째로 통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현장은 매 공정이 '선례가 없는 길'의 연속이었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 역시 이러한 형태의 수직 통합형 차량기지는 처음 발주하는 것이었다. 발주처, 시공사도 처음인 프로젝트. 직접 길을 만들어야 했다.

토목 공정부터 난관이었다.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연약 지반 국가다. 습지와 진흙이 많은 토양은 대형 장비가 오가기에는 부적합했다. 하지만 T301의 토목 공정은 2000개 수영장 규모의 흙을 파내는 대작업이었다. 덤프 트럭이 짧은 기간에 수백 대 오가야 하는데 지반이 못 버티기 어려워 공사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조 소장은 팀과 함께 '부유식 덤프 트럭 진입로'를 개발했다. 흔히 이반적인 토목 공사 현장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부교처럼 떠 있는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해 지반을 누르지 않고도 장비가 이동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조 소장은 "싱가포르 건설청과 발주처를 설득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설득 기간에는 기존의 토목 방식을 유지하면서 부교 진입로를 만들어 실제로 시연하는 과정을 거쳐 인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빌딩형 차량 기지지만 수평으로 콘크리트 타설 구간이 넓고 길었던 T301현장은 기존 방식으로는 시간과 비용이 지나치게 소모됐다. 조 소장은 "현장 특성에 맞게 시공 속도를 높일 방법이 필요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구스리프트 방식이었다"고 소개했다. 이 역시 기존 차량기지나 대형 플랜트 공사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방식이었다. 장비가 제공하는 높은 기동성과 넓은 작업 범위를 통해 타설 효율을 20~30% 가량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T301의 상징 중 하나는 금속 패널로 이루어진 3D 입체 파사드다. 싱가포르 기후에 맞춰 통풍·방수·채광을 모두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모듈 200여 개의 형상이 모두 다르게 설계돼 있었다. 디자인은 아름답지만 시공 과정에서 효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조 소장은 '모듈 단순화'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외관 디자인의 본질은 유지하되 구조적 패턴을 체계화해 제작 공정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여기에 외벽에 부착하기 위한 목적에 맞게 뒷부분을 절반 가까이 절단해 크기와 무게를 줄이고 안전성도 강화했다. 이 과정은 조 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샘플 제작과 발주처 설득 과정을 발로 뛰었다. 조 소장은 "결과적으로 비용 절감·공정 단순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며 "T301 현장 공정 중에서 신경을 많이 쓴 곳"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T301은 단 한 차례도 중단 없이 일정에 맞춰 마무리됐다. 그 배경에는 한국 건설사의 기술력과 조직력, 그리고 성실함이 바탕이었다. 조 소장은 "한국 건설사는 기술도 뛰어나지만 팀워크도 정말 강하다. 한국 사람들이 또 성실하다"며 "여기에 한국·싱가포르·동남아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팀이 되어 목표를 향해 달린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싱가포르의 새로운 상징이 된 이 거대한 차량기지의 깊은 곳에는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기술자들의 땀과 한국 건설의 역량이 켜켜이 쌓인 결과물이다.

조용호 GS건설 T301 PD는.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후 미국 S.I.T에서 토목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1995년 GS건설에 입사했다. △1995년 LG 부천백화점신축 △1999년 동부전동차량기지 △2005년 GS건설 건축기획팀 팀장 △2009년 GS건설 리조트사업 팀장 △ 2011년 베트남 후에-앙사나 호텔 부소장 △ 2012 싱가포르 퓨전노폴리스 2A-Tower C 등 주요 현장을 경험하고 지난 2016년부터 싱가포르 T301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조용호 GS건설 T301 현장소장이 T301 현장에 대해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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