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장에서 신축을 선호하는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아파트 연식별 가격 흐름을 살펴보면 지난해 내내 신축·준신축 단지의 가격 상승세가 다른 연식 대비 뚜렷한 우위를 보였다. 구축 아파트의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긴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불확실한 미래 가치보다 당장의 가격 방어력과 생활 편의성을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연식별 아파트 매매지수는 △5년 이하 106.44 △5~10년 이하 108.40 △10~15년 이하 105.74 △15~20년 이하 105.98 △20년 초과 107.16 등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1월의 지수 수준과 비교하면 5~10년 준신축의 상승률이 9.32%로 가장 높았고 15~20년 노후 단지의 상승률이 6.73%로 가장 낮았다. 연식이 낮을수록 가격 회복과 방어력이 강하게 나타난 것.
신축(5년 이하)과 준신축(5~10년 이하) 간의 경쟁 구도도 흥미롭다. 신축과 준신축 모두 강한 오름세를 기록했지만 갈수록 준신축의 상승 속도에 탄력이 붙는 모습이다. 준신축은 지난해 10월 전월 대비 1.88% 상승하며 연중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5년 이하 신축의 최대 상승폭(6월 1.77%)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신축 아파트의 가격 부담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시선이 상대적으로 가격 접근성이 나은 준신축으로 향하고 있는 것.
반면 노후 단지(15~20년)는 연중 대부분 제한적인 회복 흐름에 머물렀다. 정비사업 기대감이 부각된 20년 이상 구축 아파트는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상승 흐름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등 지속성은 떨어졌다. 재건축 추진 지연과 공사비 급등, 사업성 불확실성이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식별 차별화의 배경으로 '불확실성 회피 심리'를 꼽는다. 노후 단지는 재건축 추진이 결정되더라도 상당한 기간을 기다려야 하는 구조다. 이에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구매 수요가 당장 거주가 가능하고 향후 매도 시 낙폭이 제한적인 신축 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진다.
신축 선호 현상은 생활 편의성 격차에서도 확인된다. 학군, 커뮤니티 시설, 관리 효율, 주차·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에서 체감 차이가 확대되면서 신축의 경쟁력이 단순한 '연식 프리미엄'을 넘어 하나의 상품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축이 새집이라는 개념을 넘어 관리비, 에너지 효율, 주거 서비스가 결합된 패키지로서 가격 하방을 지지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급 여건 역시 신축 강세를 뒷받침한다. 금리 정상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여전히 보수적인 공급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공공·민간 모두 사업 구조 재정비가 우선되면서 단기간에 신축 물량이 크게 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신축 희소성을 자극해 가격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수민 NH부동산연구위원은 "지난해 일시적으로 재건축 기대가 부각됐지만 올해는 다시 준신축과 일반 재고주택을 중심으로 가격 방어와 갭 메우기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실수요 중심 거래가 이어지면서 '얼죽신' 기조 역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정비사업 인허가 병목과 공사비 상승, 금융 규제로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축의 희소가치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