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때 막힌 태릉·용산 재등장…1·29대책 실현 가능성은?

남미래 기자, 배규민 기자, 김지영 기자
2026.01.29 11:19

[1·29 공급대책]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해 서울 땅값이 4.0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편인데 지가가 오르면서 분양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연간 지가 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가는 2.25%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서울(4.02%)과 경기(2.32%) 지가가 전국 평균(2.25%)을 웃돌았다. 사진은 28일 서울 서초구 잠수교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건설현장. 2026.01.28.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정부가 발표한 1·29 공급대책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태릉 CC 등 과거 문재인 정부시절 공급대책에 이름을 올렸던 도심 공공부지들이 다수 포함됐다. 해당 부지들은 주민 반발과 교통 혼잡, 환경 훼손 등 다양한 우려 속에 개발 추진이 가로막힌 아픈 기억이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공급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통 인프라 확충과 공원 조성 등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주택공급 대책에 포함된 주요 부지는 △용산국제업무지구(1만가구) △과천경마장 방첩사령부(9800가구) △태릉CC(6800가구) △성남 금토2(3800가구) △금천공군부대(2900가구) △용산 캠프킴(2500가구) △성남 여수2(2500가구) 등이다.

이들 부지는 주택 수요자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입지를 갖췄다는 평가다. 정부 계획대로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경우 도심 주택 공급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공급의 실현 가능성이다. 태릉CC와 용산 캠프킴은 문재인 정부 시절 8·4 공급대책에도 포함됐던 곳으로 주민 반발과 각종 환경·행정 문제로 제동이 걸렸던 부지들이다. 이번 대책 역시 구체적인 실행 방안 없이 후보지 나열 수준에 그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주택공급 6만가구라는 숫자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태릉CC나 캠프킴 등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했던 부지들"이라며 "공공기관 이전이나 군부대 이전은 행정·정치적으로도 쉽지 않아 이전 정부처럼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태릉CC의 경우 주민 반발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권 팀장은 "세대 수가 늘어나면 교통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며 "지하철 신설 등 교통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지 않으면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단순 주택 공급보다는 대규모 공원 조성 등 명확한 당근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릉CC 인근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과 강릉이 위치해 있다는 점도 변수다. 태릉CC 일부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반경 100m 이내에 포함된다. 최근 국가유산청이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정비사업에 대해 문화재 경관 훼손을 이유로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힌 만큼 정비사업과 도심 공공부지 개발 간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공급 규모와 관련한 서울시와의 협의도 숙제로 남아 있다. 서울시는 교통 등 인프라 부담을 이유로 6000가구 수준이 적정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급 규모가 확대될 경우 학교 등 기반시설 계획을 새로 수립해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 추진이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

권 팀장은 "정부는 공공성을, 서울시는 고급화 전략을 각각 강조하고 있는 만큼 주거 비율과 임대주택 비중을 두고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공공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합의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변수는 공사비 급등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랩장은 "문재인 정부 때보다 현재 공사비는 최소 50% 이상 상승해 같은 부지라도 용산 분양가는 훨씬 비싸질 수밖에 없다"며 "공공이 공급하더라도 가격 매력이 떨어질 경우 수요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과천경마장·방첩사 부지는 상대적으로 빠른 주택 공급이 기대된다. 윤수민 NH농협금융 부동산 전문위원은 "과천경마장 부지는 규모가 크고 보상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며 "과천 신도시와 주암지구를 연계해 개발할 경우 공급 효과와 속도 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카드"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유휴부지 활용만으로는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보연 세종대학교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서울은 새로운 택지 확보가 사실상 어려운 도시"라며 "서울 주택 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주도 정비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이주비 대출 제한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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