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9일 정부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방안과 관련해 당장의 공급 절벽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대안은 공공 주도 주택 공급이 아닌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날 정부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관련 입장문을 내고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시가 제시해온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배제된 채 추진됐다"며 정부 공급대책 발표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시는 "현장의 여건과 지자체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 공급 대책은 과거 문재인 정부 8·4 대책의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며 "여전히 한계가 많은 대책"이라고도 지적했다.
시는 또 "(당장의 공급 절벽을 해소하려면)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가장 빠른 길"이라며 "서울에서 대부분의 주택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 주체가 더욱 원활하게 주택을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는 서울 주택공급 구조상 민간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공급 절벽 문제의 본질로 지목했다. 시는 "그간 서울 주택공급의 90% 이상은 민간이 담당해 왔고 지난해 아파트 공급 물량 중 정비사업 비중도 64%에 달했다"며 "2010년대 정비구역 해제와 신규 지정 중단의 여파로 공급 파이프라인이 끊기며 향후 수년간 공급 급감이 불가피해졌다"고 주장했다. 정부 대책은 이런 구조적 한계에 대한 해법 없이 공공 주도 중심 공급에만 치중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평가다.
서울시는 이어 "그간 실무 협의 과정에서 10·15 대책 이후 적용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과 이주비 대출 규제가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해 왔다"며 "이번 대책에는 관련 규제 완화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가 예정된 정비사업장 43곳 중 39곳이 대출 규제에 따른 이주비 부담 증가로 사업 지연 문제를 겪고 있다.
아울러 시는 정부가 발표한 서울 내 3만2000호 공급 대상지 상당수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공급대책에 포함됐다며 정부의 일방통행식 대책 발표를 비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1만호 공급 목표를 제시했으나 서울시는 국제업무지구 기능 유지를 위해서는 주거 비율을 40% 이내로 제한해야 하며 이에 따라 최대 8000호 공급이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태릉CC 부지는 과거 8·4 대책 때도 실효성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비해 주택 공급 효과가 제한적인 데다 인근 상계·중계 등 노후 주거지 정비를 통해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정비사업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서울시는 정부의 국·공유지 및 유휴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상당수 사업지가 2029년 이후에야 착공이 가능해 단기적인 공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