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통에 지인 빚, 한달 이자만 100만원"…청년안심주택서 또 보증금사고

김지영 기자
2026.03.02 14:39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민간 임대 관련 안내 문구/사진=청년안심주택 홈페이지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으로 공급된 '청년안심주택'에서 또다시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청년임대주택을 둘러싼 전세 사기 논란 이후 서울시가 보증금 선(先)반환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유사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구로구 도림동 '도림브라보' 청년안심주택에 거주했던 A씨는 지난 2월 임차계약 만료에 따라 이사를 나갔지만 아직까지 보증금 5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임대인이 전세자금반환대출을 추가로 받지 않고서는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면서 차일피일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삿날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A씨는 부족한 이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결국 본인 명의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마이너스 통장을 최대한 끌어쓰고 지인에게까지 돈을 빌려 겨우 이사했다"며 "이자로만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나간다"고 토로했다.

해당 단지에서는 A씨뿐 아니라 이미 여러 명의 입주자가 계약 만료 이후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퇴거를 앞둔 입주자들도 마음을 졸이고 있다.

청년안심주택도 민간 물량은 다르다?

서울시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도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SH는 보증금 반환 문제가 임대인과 임차인 간 사적 계약 관계에 따른 것인 만큼 공공의 직접 개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년안심주택이라는 명칭이 붙었더라도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 물량은 보증금 미반환 문제 발생 때 일반 민간임대와 다를 게 없는 셈이다.

A씨는 청년안심주택이라는 이름을 믿고 입주했는데 개인이 보증금 미반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A씨는 "서울시 홈페이지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자격 심사도 SH가 했다"며 "임대인 선정과 관리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세보증보험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돼줬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청년안심주택은 공공 지원 사업으로 민간임대 물량 역시 보증보험 가입이 전제된다. 보증보험이 정상적으로 가입·유지됐다면 임차인은 보험사를 통해 비교적 신속히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가입 또는 갱신 누락 상태라면 보증보험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한 이번 청년안심주택 역시 계약서상에는 보증보험 가입이 이뤄진 것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 가입 여부를 놓고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서울시는 "최초 가입은 이뤄졌으나 갱신이 되지 않은 상태"라며 보증보험 미가입에 따른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했고 현재 재가입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반면 임차인 측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확인 결과 보증보험 가입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보증금 선반환…적용되지 않은 이유는

서울시는 해당 사업자에게 막대한 규모의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공식 통지했고 이에 임대인 측이 조속한 해결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전했다. 시는 "임대인이 자구 노력 의사를 밝힌 만큼 이행 과정을 지켜보고 필요한 추가 조치를 하겠다"면서도 "청년안심주택은 공공임대와 민간임대가 혼합된 구조로 민간임대 물량의 경우 임대차 계약 이후 단계까지 서울시가 직접 관리·감독하는 사업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재무 건전성과 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을 점검하고 의무 위반 시 과태료 등 행정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유사한 피해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문제 해결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해 청년임대주택 보증금 사고가 잇따르자 4개 단지 296가구에 대해 한시적으로 보증금 선지급 방안을 시행했다. 임차권등기 설정 후 은행과 보증금반환채권 양수계약을 체결하면 은행이 우선 지급하고 이후 경매 절차 등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추가적인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시가 직접 나서 보증금을 선제적으로 반환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당시 특정 단지에 한정된 조치였고 이후 발생한 보증금 미반환 사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후 민간임대 사업장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책임 구조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알렸다고 강조했다. 피해가 발생한 도림 브라보 홈페이지에는 "청년안심주택(민간임대형)은 민간사업자가 시행·운영하는 사업으로 임대보증금 반환의무 등 임대차계약 관련 책임은 해당 민간사업자에게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전면에 게시돼 있다.

문제는 청년안심주택이라는 명칭을 앞세워 서울시가 공급을 주도한 만큼 유사 사례가 반복될 경우 제도 자체의 신뢰성이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도시정책 전문가들은 청년안심주택에 공공 브랜드를 부여하는 이상 최소한의 사전 통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사업자 등록 기준을 강화하고 보증보험 가입·갱신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지자체에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도시정책 전문가는 "민간임대라 하더라도 공공 지원과 인센티브를 받는 사업이라면 공적 책임도 수반돼야 한다"며 "사후 행정조치보다 사전 차단 시스템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앞서 보증보험 가입·갱신 여부를 지자체가 직접 확인·관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국토교통부는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보증보험 관련 제도 개선 역시 뚜렷한 진전 없이 머물러 있는 상태다. 한 임대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사태 이후에도 제도 보완이 더디다면 위험은 다시 청년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공공이 일정 부분 보증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 등을 중장기 과제로 정부와 국회 등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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