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으로 자원 안보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될 경우 정부가 출퇴근 교통체계를 사실상 '비상 모드'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를 가동한다. 승용차 운행을 더 강하게 제한하고 대중교통 공급을 집중적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출퇴근 시간 자체를 분산시키는 조치까지 총동원한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열린 제18회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출퇴근 대중교통 혼잡완화 종합대책'을 보고했다.
최근 고유가 영향으로 대중교통 이용은 빠르게 늘고 있다. 4월 출퇴근 통행량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4.09% 늘어나는 등 상승세가 뚜렷하다. 도시철도와 버스 혼잡도도 증가했다. 도시철도 혼잡도 150% 초과 구간은 최근 한 달 새 11곳에서 30곳으로 늘었고 버스 혼잡도 초과 구간도 1년 전 280곳에서 올 4월 319곳으로 늘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승용차 수요를 최대한 억제해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시행 중인 차량 2부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는 석유 경보 심각 단계시 민간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유인책도 병행된다. 정부는 차량 5부제 참여 차량을 대상으로 운행 감소에 따른 사고율 하락을 감안해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 상품을 다음 달 내 출시할 계획이다.
심각 단계 격상 시 버스전용차로 이용구간과 시간 연장도 검토한다. 경부고속도로 양재IC~천안JCT(81km)로 종점을 연장하고 오전 6시~ 밤 10시까지 연장 운영을 검토 중이다.
대중교통 운행도 늘어난다. 혼잡이 심한 구간을 중심으로 서울 시내버스 196개 노선은 하루 4회씩 증회됐고 신분당선(정자~신사구간, 일 4회)도 출퇴근 시간대 운행 횟수를 늘렸다.
위기 단계가 높아질 경우 도시철도와 시내버스는 파업 상황에 준하는 수준으로 집중 배차가 이뤄진다. 지난 1월 서울버스 파업 때 집중배차 시간이 연장됐고 172회 증회가 이뤄졌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기반 자체를 확대한다. 김포골드라인과 서울 지하철 4·7·9호선은 차량 증차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2029년까지 총 409억원 규모의 국비가 투입된다.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당근책'도 강화된다. '모두의카드'는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 이용할 경우 환급 혜택이 크게 늘어난다. 출퇴근 전후 시차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정률제 환급률이 최대 30%포인트 높아진다. 오전 5시30분~6시30분, 오전 9시~10시, 오후 4시~5시, 오후 7~8시 시간대다.
출퇴근 시간 자체를 바꾸는 정책도 병행된다. 정부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시차출퇴근제를 최소 30%까지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심각 단계에서는 적용 비율을 50%까지 확대하고 재택근무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민간 부문 역시 직접적인 의무화 대신 참여 유도를 통해 동참을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유연근무 도입 지원 등을 통해 출퇴근 시간대 수요를 분산시키는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승용차 이용은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은 분산·확대해 혼잡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