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금리할인 '출혈 경쟁'… 지자체는 위법소지 경고만

남미래 기자, 배규민 기자
2026.05.15 04:11

신반포 19·25차 수주전 과열
삼성물산 0% 가산금리 제안에 포스코이앤씨 -1% 맞불
'이익 제공' 논란에도 무리수… 제재 못해 시장교란 우려

신반포19·25차 재건축정비사업 개요 및 시공사 제안 금리/그래픽=이지혜

서울 강남권 핵심 재건축 수주전을 둘러싸고 건설사간 출혈경쟁이 격화한다. 조합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법 위반소지가 있는 '마이너스 금리' 수준의 금융조건까지 등장했지만 행정기관의 대응은 '권고'에 그친다. 위법소지를 확인하고도 판단을 조합에 넘기면서 관련 규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반포19·25차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1일 대의원회를 열어 시공사 선정총회 개최를 비롯한 사업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서초구청은 시공사가 제시한 금융조건에 법 위반소지가 있다며 대의원회에서 처리방안을 결정하라고 권고했지만 관련 사안은 이번 대위원회에 별도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반포19·25차 정비사업 관계자는 "마이너스 금리 사안은 시공사의 입찰제안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급됐을 뿐 별도 안건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며 "대의원회에서는 시공사 선정총회 일정과 홍보관 운영지침 등이 주로 논의됐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신반포19·25차 통합 재건축사업 입찰과정에서 조합사업비 조달금리를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1%' 수준으로 제시했다. 통상 사업비 대여금리는 CD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하는데 오히려 기준금리보다 낮은 조건을 제시했다. 같은 사업지에서 경쟁 중인 삼성물산도 'CD금리+0%' 조건을 제안했다.

문제는 이같은 금융조건이 현행 법령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등에 따르면 시공사는 시공과 관련 없는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 통상적인 금융기관 대출금리보다 낮은 조건으로 사업비나 이주비를 제공할 경우 재산상 이익제공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서초구청도 이같은 취지의 법률검토 결과를 조합에 전달했다. 서초구청은 지난달 발송한 공문에서 "사업비 대여금리 조건이 금융기관 대출금리보다 낮은 경우 그 차액은 재산상 이익으로 간주돼 금지대상이 될 수 있다"며 "관계법령에 부합하지 않는 제안내용은 대의원회에서 신중히 의사결정하라"고 밝혔다.

다만 현행 제도상 지자체가 입찰단계에서 제안내용을 직접 무효화하거나 시공사 선정절차를 중단시킬 권한은 제한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합이 입찰과 총회를 거쳐 시공사를 선정하는 구조인 만큼 지자체 개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위반여부에 따른 처벌이나 제재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절차는 조합이 진행하고 최종 결정 역시 대의원회와 총회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지자체가 특정판단을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법률검토를 통해 위반소지가 있다는 점은 조합에 안내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조건으로 시공사가 선정되더라도 실제 계약단계에서 같은 내용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령 위반소지가 있는 조건은 협상과정에서 수정되거나 제외될 가능성이 크고 계약과정에서 각종 단서조항이 붙으면서 입찰 당시 제안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공사비 증액이나 설계변경 협상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의 한 정비사업조합장은 "건설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공사를 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공사비 조정이나 설계변경 과정에서 낮은 금리조건에 따른 부담을 만회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같은 경쟁이 정비사업 시장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진다. 고금리와 대출규제로 사업비 조달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조합들이 금융지원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건설사들이 무리한 제안을 앞세운다는 분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조합들이 사업비 조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지원 조건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법 위반소지가 제기되는 조건 경쟁이 반복되는데도 지자체 대응이 사실상 권고에 그치면서 정비사업의 공정경쟁 풍토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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