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지방 건설시장의 온도 차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수도권은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자금경색이 완화되며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지방은 미분양 부담과 자금난이 겹치며 수주와 착공, 자재 수급 등 모든 면에서 악화일로를 가고 있다.
26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문건설업 경기실사지수(SC-BSI)는 수도권이 35.2, 지방은 23.2를 각각 기록했다. 수도권은 전월(32)과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지방 지수는 전월(40.7) 대비 17.5포인트(p) 급락했다. 5월 전망치도 수도권은 40.7, 지방은 29.5를 기록했다.
건설경기실사지수는 전문건설업체들이 체감하는 경기 수준을 수치화한 지표다.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긍정적으로 보는 업체보다 많다는 의미다. 현재 수도권과 지방 모두 기준치를 크게 밑돌고 있지만 지방의 체감경기가 최근 들어 한층 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 사태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건설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고질적인 수주 감소에 더해 공사 원가 상승이 부각되고 있다"며 "수도권은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방은 크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자금시장 분위기는 더 극명하게 갈렸다. 자금조달지수는 수도권이 54에서 77.8까지 상승했지만 지방은 56.8에서 41.1로 떨어졌다. 수도권이 전월 대비 23.8p 상승하는 동안 지방은 15.7p 하락했다. 공사대금수금지수 역시 수도권은 52에서 72.2로 오른 반면 지방은 60.2에서 44.6으로 낮아졌다.
수주 부진도 지방에 집중됐다. 원도급 수주지수는 수도권이 64에서 70.4로 상승한 반면 지방은 55.9에서 36.6으로 2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하도급 수주지수 역시 수도권 74.1, 지방 25.9로 격차가 벌어졌다. 특히 지방 하도급 수주지수는 한 달 새 24.1p 급락했다.
경기 악화에 더해 지방건설 현장은 자재 수급에서도 애로를 겪고 있다. 지방 자재수급지수는 52.7로 전월 대비 16.8p 떨어졌다. 일부 업체들은 아스콘과 페인트 등의 수급난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최근 수도권 중심의 주택시장 회복 흐름과 달리 지방은 미분양 적체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이어지면서 착공과 수주, 자금조달 전반의 악순환이 심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방의 경우 신규 사업 자체가 중단되거나 착공이 늦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방 건설경기 위축과 PF 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 미분양 사업장 중심의 PF 보증 지원 확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준공 후 미분양 매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공공공사 공사비 현실화와 물가 변동분 반영도 확대하고 있지만 지방 건설업계에서는 여전히 자금조달과 자재 수급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견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은 재건축·재개발 등 사업성이 확보된 사업장을 중심으로 자금이 움직이고 있지만 지방은 미분양 부담도 커 자금이 전혀 돌지 않고 있다"면서 "사업 자금 조달이 어렵다 보니 착공 지연과 수주 감소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