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가 오세훈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부동산 시장의 시선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으로 향하고 있다. 오 당선인이 5선 연임에 성공한 만큼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등 기존 정비사업 정책이 연속성 있게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 당선인의 5연임보다 정부의 세제 개편이 부동산 시장 향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비거주 1주택자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운영 방향 등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대해 "집값 상승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표심이 갈린 측면이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실제 오 당선인은 최근 1년간 두 자릿수 집값 상승률을 기록한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최근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한강벨트와 주요 정비사업 지역에서 오 후보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은 셈이다.
오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 지지 성향이 강한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와 함께 양천·영등포·동작·강동·용산·광진·중구 등 10개 자치구에서 승리했다. 대부분 목동 재건축과 여의도 재건축, 노량진뉴타운, 용산 일대 정비사업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거나 기대감이 높은 곳들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순한 정당 지지보다 재산권과 개발 정책이 표심을 가른 것으로 분석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공급 확대와 정비사업 속도전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공공성을 강화한 공급 모델에 무게를 둔 반면 오 당선인은 민간 중심 정비사업을 강조했다. 공급 확대라는 방향은 같았지만 공급 방식에서 차이가 났고 정비사업 추진 지역 주민들은 민간 주도 개발의 연속성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윤수민 NH농협금융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개발·재건축 대상지 주민들은 사업의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요하게 본다"며 "기존에 추진 중인 정비사업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표심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서울은 구조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시장인 만큼 정비사업 활성화와 공급 확대를 기대하는 표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 당선인의 서울시장 귀환으로 서울시 정비사업 정책의 연속성은 확보됐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현재 정비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세제, 금융 규제 등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정책 수단 상당수가 중앙정부 권한이라는 점도 변수다. 서울시가 민간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더라도 정부 정책 방향이 다를 경우 시장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시 차원에서는 정비사업과 공급 확대 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됐지만 시장을 좌우하는 세제와 금융, 토지거래허가구역 정책은 정부 영역"이라며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가 마무리된 만큼 부동산 시장의 시선은 정부의 세제 개편으로 빠르게 이동할 전망이다. 정부는 다주택자는 물론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개편을 예고한 상태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나 보유세 강화 등이 현실화될 경우 강남권과 한강벨트 일부 지역에서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부 규제로 일부 매물이 나오더라도 시장 전반의 수요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공급 부족 우려와 전월세 가격 상승, 풍부한 유동성 등도 집값을 재차 밀어올릴 요인으로 꼽힌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지방선거 결과 자체가 시장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변수는 아니다"라며 "향후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개편 강도에 따라 매물 출회와 가격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월세 가격 강세와 공급 부족, 자산시장 유동성 등 집값 상승 요인도 여전해 당분간 매도자와 매수자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부동산 이슈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만큼 정부 역시 시장 반응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이번 선거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세제 개편 역시 시장과 여론의 반응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