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주인 대출' 공식은 "연 4~8%"…매수자 직업·소득까지 따져본다

강남 '집주인 대출' 공식은 "연 4~8%"…매수자 직업·소득까지 따져본다

배규민 기자
2026.07.2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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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매도인 대출' 매물 사례/그래픽=임종철
강남권 '매도인 대출' 매물 사례/그래픽=임종철

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잔금을 집주인이 직접 빌려주는 '매도인 대출'이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의 새로운 유형이 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돈줄이 막힌 매수인과 가격을 큰 폭 낮추기보다 거래 조건을 조정하려는 매도인(집주인)의 사정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에서는 '주인근저당 가능', '집주인 대출', '매도인 대출' 등을 전면에 내건 매물이 잇따르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파크리오 전용 59㎡는 "10억원만 준비하면 나머지 잔금은 시간을 두고 지급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강남구 자곡동 강남자곡아이파크 전용 59㎡는 집주인이 6억원을 빌려주는 조건을 제시했다. 연 4~8% 수준의 금리, 1년 안팎의 상환 기간 등은 일종의 매도인 대출 공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잔금 상환 기간을 최대 4년까지 맞춰주는 경우도 있다.

매도인 대출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잔금 일부를 빌려주고 해당 금액만큼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도 일부 고가 주택 거래에서 간간이 등장했지만 해외 이주, 지방 발령 등으로 인해 급하게 주택을 처분하거나 당장 잔금을 회수할 필요가 없는 등 거래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분이었다. 매도인 대출 성사 역시 중개인 소개나 매도·매수인간 개별 협의 등을 통해 알음알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주택 매매 사례가 알려진 이후에는 매물 광고에 '매도인 대출' 조건을 공개적으로 명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집을 사려는 매수인 역시 중개업소에 매도인 대출 가능 여부를 먼저 묻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도인 대출을 활용하면 매수인 입장에서는 은행 대출만으로 부족한 잔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주택 매각대금이나 주식·금융자산 처분 등 향후 자금 유입이 예정돼 있지만 당장 현금이 부족한 경우 빠르게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 반대로 매도인은 호가를 크게 낮추지 않고 거래를 마무리하면서 일정 기간 이자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집주인에게는 가격 인하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반포동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요즘은 매도인 대출이 가능한 매물을 찾는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10억원은 물론 20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지, 한 달에 얼마씩 나눠 갚을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상환 방식까지 상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거래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집주인이 수억원의 자금을 직접 빌려주는 만큼 매수자의 직업과 소득, 보유 자산, 기존 부채, 상환 계획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담보가치가 높고 거래가 활발한 강남권 핵심 단지를 중심으로 매도인 대출이 확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권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동안 이 같은 거래 방식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 한도 축소로 매수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동시에 추가 규제, 세제 개편 등 매도인도 거래 조건을 조정하려는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집을 팔려는 수요는 늘어날 수 있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낮춰 매도하려는 집주인은 많지 않다"며 "매도인 대출은 가격을 방어하면서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대안인 만큼 특히 담보가치가 높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활용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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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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