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로 이사갑니다"...전세난에 서울시민 줄줄이 떠났다

배규민 기자
2026.06.15 16:45
2026년 1~4월 서울→경기 이동 상위 지역/그래픽=이지혜

서울 전세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향하는 서울시민의 수가 늘고 있다. 전세 매물이 1년 새 30% 넘게 감소하고 전셋값이 급등하는 등 서울 전역의 전세난 속에서 인접한 경기권으로 전출하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15일 국가통계포털과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의 순 유출 인구는 634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3718명보다 70.5% 늘어난 규모다. 서울은 이 기간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큰 순 유출을 기록했다.

서울을 떠난 인구는 주로 경기도로 향했다. 서울시 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출한 인구는 2만506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2만1331명)보다 1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누적(1~4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인구도 총 10만904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만6511명)보다 13.0% 늘었다.

경기도 쏠림 현상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뚜렷했다. 4월 기준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인구는 2만5060명으로 충남(1639명), 강원(1447명), 충북(1073명), 경남(899명) 등 다른 시도로 이동한 인구를 크게 웃돌았다. 서울을 떠난 수요가 지방으로 분산되기보다 수도권 안에서 주거지를 옮기는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순유출 확대·경기 이동 증가/그래픽=이지혜

전출 수요는 대부분 서울과 인접한 지역에 집중됐다. 고양시가 1만876명으로 가장 많은 수요를 흡수했고 성남시(9167명), 광명시(7936명), 용인시(7651명), 남양주시(6838명)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점은 최근 집값 상승세로 주목받는 경기 남부보다 서울 생활권을 유지할 수 있는 인접 도시 선호가 더 뚜렷했다는 점이다. 광명시와 하남시로 이동한 인구는 각각 7936명, 5716명으로 화성시(4798명)를 웃돌았다. 서울을 떠나더라도 출퇴근과 생활권을 유지할 수 있는 인접 지역을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인구의 경기 이동은 전세 매물 급감, 전월셋값 상승 등 서울 임대시장 여건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해 6월 14일 약 2만5500건에서 올해 6월 14일 약 1만7700건으로 30.6% 감소했다. 특히 전세 물량 감소는 비강남 실수요 지역에 집중됐다. 중랑구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81.2% 감소했고 성북구(-77.0%), 노원구(-75.6%), 관악구(-72.7%), 구로구(-70.6%), 금천구(-70.0%) 등도 감소율이 70%를 웃돌았다.

전셋값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아실 기준 2025년 6월 2일부터 2026년 6월 8일까지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강동구가 14.6%로 가장 높았다. 송파구(11.9%), 성북구(11.0%), 강북구(10.9%), 노원구(10.8%), 광진구(10.1%) 등도 두 자릿수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 감소와 주거비 부담 확대가 서울 인구 유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신보연 세종대 AI융합학과 교수는 "서울 내 신축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수요가 경기도 아파트로 이동하는 연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월세 불안을 완화하려면 서울시와 정부가 합심해 정비사업과 택지 개발 등을 통해 신축 공급을 꾸준히 늘리는 한편 비아파트도 임대시장에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세제·주택 수 산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국내 인구이동 분석에서 서울의 순유출 사유와 경기·인천의 순유입 사유는 모두 '주택'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