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사우디서 8500억 세금 폭탄…업계 "부당한 이중과세, 정부 차원 대응 필요"

남미래 기자
2026.06.23 15:32

DL이앤씨가 사우디아라비아 과세당국으로부터 8500억원대 법인세 추징 통보를 받았다. 건설업계는 국내에서 수행한 설계·조달 용역까지 사우디 현지 소득으로 간주한 이번 처분이 과도한 과세라는 반응이다. 개별 기업의 불복 절차를 넘어 한·사우디 조세조약에 따른 정부 차원의 협의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23일 DL이앤씨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과세당국은 최근 DL이앤씨에 법인세 8533억원 추징을 통보했다. 이는 DL이앤씨 자기자본의 16.27%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과세는 DL이앤씨가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사우디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설계·조달·시공(EPC)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사우디 과세당국은 한국에서 수행한 설계·조달 용역도 사우디 현지 고정사업장을 통해 수행된 것으로 간주하고 법인세를 부과했다.

DL이앤씨는 이번 과세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고 현지 불복 절차와 국가 간 상호합의절차(MAP) 등을 통해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DL이앤씨는 사우디 소득세법상 최대 10년인 부과 제척기간을 넘긴 2006~2015년 사업연도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간을 제외하면 추징액은 약 16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과세 처분의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과세표준과 세액 산출 방식, 고정사업장 인정 근거, 한국과 사우디 간 용역 수행분의 배분 기준 등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DL이앤씨 관계자는 "어떤 프로젝트 사업장에서 얼마만큼의 과세 처분이 이뤄졌는지 등 구체적인 과세 근거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DL이앤씨는 또 설계·조달 용역의 경우 본사 소속 인력이 국내에서 수행한 업무인 만큼 사우디 내 고정사업장의 업무로 간주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해당 소득도 이미 국내에서 법인세를 신고·납부했다고 강조했다. 같은 소득에 대해 사우디가 다시 과세할 경우 한·사우디 조세조약상 이중과세와 과세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DL이앤씨는 한·사우디 조세조약 및 관련 법령에 근거해 과세 처분의 위법성과 부당성을 적극 주장할 계획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과세 처분의 중대한 하자를 고려할 때 실제 세금 납부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법인세 추징을 이례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해외 EPC 사업은 통상 설계와 조달 업무를 한국 본사나 제3국 거점에서 수행하고 시공은 현지 법인과 현장에서 맡는 구조다. 현지에서 수행되지 않은 설계, 조달 등 오프쇼어 업무는 사우디 역외 법인 간 계약으로 처리돼 현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수행한 설계·조달 용역까지 사우디 고정사업장 소득으로 본 것은 이례적"이라며 "특히 부과 제척기간이 지난 사업연도까지 추징 대상에 포함된 만큼 최종 판단과 대응 과정이 다른 건설사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사우디 조세조약에 부합하지 않는 과세 처분이라고 판단될 경우 기업은 국세청을 통해 양국 과세당국 간 상호합의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 이번 사안은 국세청에도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DL이앤씨는 필요시 국세청과 협력해 대응할 계획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현장에서 대규모 과세 분쟁이 발생하면 개별 기업이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기업의 해외 사업 활동과 조세조약상 권익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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