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방향성을 단정하기 어려운 '혼란' 국면으로 진단했다. 금리 향방은 물론 정부 규제 속도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강세, 반도체 성과급 등으로 인해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난다는 점도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 효과에 대해선 이미 한계가 드러났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급 확대, 수요 분산, 세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5일 머니투데이가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부동산 시장 긴급 설문' 결과 현재의 규제 중심 정책이 시장 안정 효과 이상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각종 규제와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이 시장 내 유통 매물을 줄이고 똘똘한 한채 선호를 강화시키고 있다"며 "부동산 규제가 오히려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의 매매·전세·월세 등 이른바 트리플 강세를 풀어낼 해법으로는 공급 확대를 가장 먼저 꼽았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풀어나가야 한다는 진단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도심 공급 정상화가 중장기 시장 안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기 신도시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함께 거론됐다. 토지 보상과 착공 속도를 가시적으로 끌어올려야만 시장의 불안 심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도권 수요가 원하는 곳에 집을 공급해야 한다"면서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부동산시장 불안을 잠재울 단기 해법으로는 비아파트로의 수요 분산 전략을 추천했다. 아파트에 집중된 수요를 완화하기 위해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비수도권으로의 수요 이동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각적인 공급 확대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과열 양상을 빠르게 진정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임대시장 불안 완화를 위해 다주택자 억제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임대사업 활성화나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반기 시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는 세제 정책이 꼽혔다. 현재의 보유세·양도세 구조는 거래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매물 잠김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조정 범위에 따라 매물 출회 여부 역시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거래세 조정은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고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 거론된다. 다만 정책 변화의 강도와 방향에 따라 매물 출회와 잠김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정부의 추가 규제가 하반기 부동산시장의 최대 변수"라며 "비거주 1주택자 규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소급 폐지, 보유세 인상 등 예상되는 정부 규제의 강도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이 어디로 이동할지도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보연 세종대학교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자금이 모이게 된다"며 "현재 주식시장에 쏠린 자금이 조정 국면을 맞으면 부동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 부족과 유동성이라는 근본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상승 압력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규제 완화와 공급 정책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왔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랩장은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 대책과 세금 압박 등으로 정책 효과의 한계점이 이미 드러났고 수요층도 내성이 쌓여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의 수요를 억누르는 정책보다 수요를 분산하고 공급을 앞당기는 정책이 훨씬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