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핀테크'(FinTech; 금융과 기술의 융합)다.
이미 핀테크 선진국에 뒤쳐져 출발이 늦은 만큼 금융당국은 핀테크 활성화를 올해 제1 추진과제로 정하고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금융권도 정체에 빠진 금융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촉매 중 하나로 '핀테크'를 받아들이고 있다.
◇전 세계적인 핀테크 확산…뒤늦은 한국= 핀테크는 IT기술에 기반한 금융서비스 또는 혁신적 비금융기업이 신기술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애플, 구글, 페이팔 등 글로벌 IT회사들은 금융관련 인허가를 취득, 직접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알리페이처럼, 금융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가에서조차 핀테크 기업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선 핀테크 기업이 부족한 지급결제 인프라를 대신하고 있다.
IT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은 이제서야 핀테크에 눈을 뜬 상황이다. 규제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금융환경적 측면의 영향도 크다.
한국은 신용카드, 인터넷뱅킹 등 금융기관의 결제수단을 통해 신속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결제 및 송금이 가능해 별도의 지급결제시스템의 도입 필요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 이용자의 95%가 인터넷뱅킹을 쓰고 있고 모바일뱅킹 이용률도 50%에 육박하고 있다. 소액도 카드로 결제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국민 1인당 체크카드 보유장수도 2장을 넘어섰다.
반면 미국은 금융기관을 통한 송금이나 결제가 느리고 신용카드 도용사고도 빈발하면서 페이팔 등 결제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간편 결제가 큰 호응을 얻었다. 중국 역시 신용카드 시스템, 금융기관의 자동입출금기(ATM) 등 지급결제 인프라가 미비했고 상거래 관련 사기가 빈번해 결제대금 예치 방식의 충전식 전자지갑 서비스인 알리페이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었다.
◇핀테크에 눈뜨는 기업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테크는 국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흐름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금융회사와 IT기업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다. KB국민카드와 NHN엔터테인먼트는 핀테크 협력을 위해 손잡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손쉽게 결제를 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KT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KT의 위치기반 시스템을 적용한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다음카카오와 손잡았고 신한은행도 올레TV와 제휴해 모바일적금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신세계그룹과 핀테크기술이 접목된 모바일 환경의 은행점포를 신세계 주요 매장에 설치키로 했다.
IT기업들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결제서비스 '삼성페이'로 핀테크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고 SK텔레콤은 스마트폰내 T멤버십 카드에 결제기능을 추가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T도 지난해 말 전자결제 서비스인 '페이온 플러스'와 '탭사인'을 출시했고, LG유플러스는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 '페이나우'를 상용화했다.
포털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상반기 중 네이버 아이디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다음카카오는 이미 '뱅크월렛카카오'와 '카카오페이'를 내놓고 시장을 선점해 가고 있다.
◇뜨거운 감자, '금산분리'=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은 규제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방침이다. 사전에 일일이 규제하던 방식에서 탈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되 사후 점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이다. 금융회사들이 핀테크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도 구체적으로 제시할 방침이다.
특히 국내 핀테크 산업의 핵심이 될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은 금융자본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었지만 IT기업 등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 이를 위해선 은행에 대한 소유 및 지배구조 제한을 풀어야 한다. 현재는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4%까지만 소유할 수 있어 사실상 은행업 진출이 막혀 있다.
다만 금산분리 완화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금융당국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국회에서 법률 제·개정도 필요하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TF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4월 공개세미나를 열고 세부방안을 마련, 6월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모델 도입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