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반발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사라졌던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법률로 부활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에만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보험, 증권, 카드 등 2금융권 회사들도 이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사외이사의 임기는 5년에서 6년으로 늘어난다.
29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 지배구조법의 쟁점이 '2금융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적용'에 집중되는 사이 2금융권이 강하게 반발해 왔던 '임추위 의무화'는 여야, 정부 사이에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됐다.
금융 지배구조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금융회사들은 대표이사, 사외이사, 감사 선임시 임추위를 거쳐야 한다.
임추위는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면서 전 금융권에 도입을 시도했지만 재계의 반발로 무산된 제도다. 당시 대기업계 금융사들은 임추위 제도가 대주주의 주주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 금융위는 결국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에만 시행하고 2금융권에는 중장기적으로 적용키로 물러선 바 있다.
하지만 법률로 임추위 설치가 의무화됨에 따라 2금융권도 이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금융지배구조법의 적용 대상은 은행, 금융지주회사 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업자, 보험, 여신전문금융회사, 상호저축은행 등이 모두 포함된다.
삼성그룹의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를 비롯해 한화, 롯데, 동부, 메리츠그룹 등이 금융계열사들이 대부분 적용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대기업계 금융회사들이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던 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지금까지는 그룹이 계열사 CEO 인사를 단행하면서 금융계열사 CEO도 일괄해서 '임명'해 왔지만 앞으로는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임추위는 이사회 내 위원회로 사외이사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된다.
임추위는 특히 임원의 자격 요건을 정하고 후보군을 상시 관리해야 하고 이를 공시해야 하는 만큼 그룹 총수가 경력이나 전문성과 무관한 인사를 내려보내는게 그만큼 어려워진다.
금융 지배구조법은 또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설정했다. 금융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사외이사의 임기를 초기 3년(은행·은행지주회사는 2년)으로 하되 연임하더라도 최장 5년을 넘지 못하도록 했지만 지배구조법은 '3+3년(연임)'으로 1년 늘렸다. 단 해당 금융회사와 계열 관계에 있는 금융회사까지 포함, 최장 9년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융 지배구조법이 통과되면 이에 맞춰 지난해 말 시행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지배구조법은 30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3년을 묵히며 여야가 합의에 이른 만큼 법사위나 본회의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낮다는 게 국회쪽 시각이다.
특히 지난해 지배구조 모범규준 제정 시에는 강하게 반대했던 재계도 이번엔 크게 반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는 당시 '금융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상위법의 근거가 없다'며 반발했지만 이제는 사실상 법적 근거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또 금융 지배구조법의 쟁점이었던 '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재계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점도 반발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적격성 심사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대주주의 범위가 최대주주 1인으로 축소됐고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되는 위반 법률에서 횡령, 배임 등이 빠졌다. 적격성 심사요건을 미충족할 경우 내릴 수 있는 '주식처분명령'도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추위 설치 의무화가 포함됐지만 이는 여야정간에 이견이 없었던 부분"이라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를 감안하면 재계도 선방한 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