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은 장기적으로 검토할 과제다. 지금은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현재 지배구조 체제에서 은행과 비은행 자회사, 또 자회사들 사이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집중하겠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최근 화제가 된 지주회사 전환 문제에 대해 “비은행 부문의 이익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2.2%였는데 이를 20% 이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으면서 지주회사의 장단점을 장기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행장의 3년 임기 내에 지주회사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기업은행의 개별기준 총자산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237조1390억원으로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등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 총자산 256조6530억원 가운데 92.4%를 차지하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3분기말 누적 8336억원으로 일반자회사와 특수목적법인 등 모든 자회사가 벌어들인 순익의 4배가 넘는다.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에서 김 행장을 만나 은행에 집중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고민과 기업은행의 설립 목적이기도 한 중소기업금융 강화 방안을 비롯해 성과연봉제, 조직개편 방향, 해외 진출 확대 전략 등에 대해 들었다.
-기업은행은 여러 자회사가 있음에도 은행 비중이 유독 높다.
▶고객의 다양한 금융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증권과 자산운용, 캐피탈 부문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금융 측면에서도 은행 대출뿐만 아니라 증권, 캐피탈 등을 통한 투자가 확대돼야 자금조달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좀더 도움이 될 것이다. IBK캐피탈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637억원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 달성이 예상되지만 아직 부족하다. IBK투자증권과 IBK자산운용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각각 280억원대, 40억원대로 더 키울 필요가 있다.
-자회사 성장 전략이 있나.
▶외부 컨설팅을 진행 중인데 한두달 뒤면 결과가 나온다. 이번 컨설팅은 은행-자회사 체계에서 시너지 창출과 자회사 경쟁력 강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은행 내부적으로도 올해 업무계획을 수립할 때 모든 사업그룹에서 시너지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도록 했다.
- 은행과 자회사간 시너지 창출 방안으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주회사 체제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 불편함도 분명 있고 옥상옥 구조로 의사 결정 체계가 불필요하게 복잡해지는 문제도 있다. 당분간은 은행-자회사 체제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자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은행과 자회사간 시너지도 거창한 계획을 통해 추진하기보다 유기적인 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 방점을 둬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협업 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IBK투자증권 입점이 가능한 은행의 PB(프라이빗뱅크)센터를 WM(자산관리)센터로 전환해 은행-증권간 복합점포를 늘려갈 계획이다. 복합점포 외에 다양한 협업 방안을 찾기 위해 시너지 아이디어·우수사례 공모전도 생각하고 있다. 올해는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생각인데 이 때도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등 자회사와 공조할 계획이다. 올해 캄보디아에 복합점포를 개설하는 것이 선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IBK 조직 전체가 시너지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하는 문화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기업은행 자체적으로도 이자이익이 전체의 90%를 차지해 쏠림현상이 있다
▶은행의 수익구조 다변화도 중요한 과제다. IB(투자은행) 강화와 글로벌 진출 확대에서 해법을 찾으려 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 11개국에서 27개 해외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20개국 165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장기 비전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벌어들이는 이익 비중을 현재 7%에서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해 캄보디아에 지점을 개설하고 베트남 지점은 법인 전환을 추진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은행 인수를 검토 중이다. IB그룹도 재편한다. 기업고객그룹의 기업금융센터를 IB그룹 아래에 두고 기업고객과 연계한 IB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조직 슬림화, 적자점포 축소 등 조직개편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현재 조직체제는 15년 된 것이다. 15년이 지나면서 필요할 때마다 조직을 새로 만들면서 곁가지도 늘어나고 변화된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부서 이익을 앞세우다 보니 소통과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도 생겼다. 이번 조직개편은 중복된 업무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IB, 신탁, 카드, 글로벌 등의 사업부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조직개편에 대한 필요성은 2014년에 경영전략그룹장이 될 때부터 느끼고 있어 그 때부터 준비한 것이다. 조직개편은 아무리 그럴싸해도 현장에서 잘 받아들여야 효과가 있다. 현장 실무를 담당하는 과장, 차장, 팀장들과 여러 차례 만나 대화하면서 현장에서 원하는 것,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등을 수집해 조직개편안에 반영했다.
-조직을 개편하면서 마케팅그룹을 미래채널그룹으로 바꾼다고 하는데 역할이 바뀐다.
▶은행의 새 먹거리를 창출하는 이익사업을 찾는데 주력하기 위해 명칭을 미래채널그룹으로 바꾸기로 했다. 마케팅그룹에 있던 일반 상품의 마케팅 관련 업무는 개인고객그룹과 기업고객그룹으로 이전했다. 미래채널그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하고 은행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핀테크, 디지털, 비대면거래에 전력투구한다.
-올해 경제 상황을 ‘바람 앞의 등불’(풍전등화)로 표현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기업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올해 자금공급 규모를 43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5000억원 늘렸다. 기업은행은 경제가 어려워져 다른 은행들이 기업 여신을 주저할 때 중소기업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이 결과 위기를 거치면서 중소기업 고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비 올 때 중소기업의 우산이 되겠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건전성 관리도 중요한데.
▶기업은행은 55년 동안 쌓은 중소기업금융 노하우가 있다. 그간 데이터를 보면 경제가 어려울 때 여신을 늘려도 연체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대출을 해준 이후 밀착 관리하면서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 대출 사기 사건인 모뉴엘 사태 이후 분식회계 의심 정도를 분석해 알려주는 ‘재무제표 분석 알람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분식회계 의심기업에 대해서
는 지점의 여신전결권을 하향 조정하고 여신심사자가 분식회계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프로세스도 개선했다.
-지난해 말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노조와 잡음이 있었다.
▶현재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노조가 제기한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으나 성과연봉제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제기한 본안 소송은 진행 중이다. 다만 법원 판결과 별도로 직원들의 성과연봉제 수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면서 노조와 대화할 것이다.
-보수적인 은행권에도 자율출퇴근제와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도입이 늘고 있다.
▶기업은행도 지난해부터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시범 운용하고 있다. 1일 8시간만 근무하면 자유롭게 출근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형과 주 5일 40시간만 채우면 하루 근무시간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시간선택형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는 시범 운용 결과와 인력 수급을 고려해 유연근무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장으로 포부와 계획은.
▶기업은행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울 때 현장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며 더 성장했다. 중소기업의 동반자로서 무엇보다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전국 650여개의 전 영업점을 다 방문하는 것이 목표다. 오는 2월10일 전국영업점장회의에서 ‘현장 앞으로’를 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