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인사청문회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좀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은 뭐라 말씀드리기 이르다”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의원들은 현안 파악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심지어 한 의원은 좀더 강하게 맞서야 하지 않겠냐며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예로 들며 ‘반격’을 주문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이 내놓은 유보적이고 조심스러운 답변들에 의원들이 다소 답답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과 금융업계, 금융소비자를 두루 아울러야 하는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소심하게까지 보이는 최 위원장의 태도는 충분히 이유가 있다. 정책 결정을 위해서는 때로 강한 결단이나 과감한 추진력이 필요하지만 그 전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법까지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했던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만 해도 보험업계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발표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19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빠졌다.
최 위원장이 소신껏 밝힌 입장도 있다. 법정 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3년안에 24%로 단계적으로 낮추겠다고 말했고 소액 장기연체 채권에 대해선 서둘러 소각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느 정도 검토가 마무리된 사안에 대해선 자신 있게 답변하는 모습이었다.
새 금융위원장이 처리해야 할 과제 대부분은 단기적인 해결이 어렵다. 당장 다음달 발표하기로 예정된 가계부채 종합대책부터 그렇다. 금융산업의 일자리 창출 지원이나 서민금융지원 확대, 금융산업 규제개혁 등도 시장 논리와 국가 경제 지원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최 위원장의 신중함은 그만큼 소통의 외연을 넓히면서 고심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 위원장이 섣불리 결론 내리지 않고 다각도로 충분히 살펴보되, 결론 내린 사안에 대해서는 힘 있게 추진해 금융시장의 역동성을 살리면서 경제를 지원하는 역할도 균형 있게 수행하는 금융위원회를 이끌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