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발표한 '가계부채종합대책'은 "가계부채가 최근 2년간 무섭게 증가한 것은 맞지만 시스템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로 시작한다. "상환능력이 양호한 계층이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은행들의 BIS비율을 감안하면 손실흡수 능력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고 대책의 초점은 금리 및 경기변동에 따라 부실화 우려가 있는 취약차주"라는게 정부의 결론이다.
◇가계부채 미시 분석.."취약차주만 발라내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차주별 소득과 상환능력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총부채상환비율(DSR)과 자산대비 부채비율(DTA)을 기준으로 삼았다.
DSR이 40% 이하이고 DTA가 100% 이상인 A그룹은 상환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DSR이 낮다는 것은 소득이 충분하다는 의미고 DTA가 낮다는 것은 자산이 많다는 뜻이다. A그룹에 속하는 차주가 전체 가계부채 가구의 68%인 746만 가구, 금액으론 724조원(54%)의 부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DSR은 40% 이하이지만 DTA가 100% 미만 또는 DSR은 40% 이상이지만 DTA가 100% 이상인 B그룹도 상환능력이 양호하다는게 정부 분석이다. 부채 규모에 비해 소득, 자산 중 하나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313만 가구로 전체의 29%를 차지한다. 이들의 부채규모는 525조원(39%)이다.
문제는 DSR이 40% 미만이면서 DTA도 100% 미만인 C그룹이다. 32만 가구(부채규모 94조원)가 여기에 포함된다. 가구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이미 상환불능에 빠진 차주(D그룹)가 보유한 부채는 100조원으로 추정됐다. 정부 관계자는 "C그룹은 현재는 정상 차주이지만 금리인상 등 약간의 충격만 있으면 당장 연체 상태에 빠질 수 있는 그룹"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32만 가구, 약 100조원의 가계부채가 시차를 두고 연체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정부의 미시분석 결과, C그룹은 부채 중 신용대출 비중이 28%로 A, B그룹에 비해 높고 대출용도 분석에선 사업자금 마련용 비중이 높았다. 또 C그룹의 73%는 다중채무자였다. 정부는 C, D그룹에 대해 '정상-연체-상환불능' 등 처한 상황에 따라 지원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가계빚 증가 속도 제어, 부채구조 개선 지속= 8·2 부동산 대책 등 올해 들어 정부가 각종 규제책을 쏟아내면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둔화되기 시작했다. 2015년, 2016년 두자릿수를 넘어섰던 가계부채 증가율이 올해는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란게 정부 예상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특수 상황이었던 2015~2016년을 제외한 과거 10년 평균인 8.2% 이내로 낮추기로 했다. 속도를 제어할 수단은 신DTI와 DSR이다. 둘다 채무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해 무리한 대출을 막는 장치들이다. 여기에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 임대사업자 대출 여신심사가이드라인 도입 등으로 사실상 가계대출인 개인사업자 대출도 통제할 방침이다.
주택시장 호조세로 급증한 정책모기지 공급도 조절한다. 적격대출, 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는 2014년 48조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8%에 불과했지만 올해 6월말엔 109조원, 전체의 15%까지 급증한 상태다. 정부는 12월 정책모기지의 자격요건 서민 실수요층으로 제한, 공급규모 조절 등을 담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가계부채를 변동금리, 일시상환 방식에서 고정금리와 분할상환으로 전환시키는 구조개선 작업도 계속한다.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해 히트를 쳤던 안심전환대출을 2금융권에 5000억원 한도로 시범 실시하고 수요가 있을 경우 규모를 확대키로 했다.
◇DTI 전국 확대 무산..대출금리 인상 억제책 부족 지적= DTI 적용 지역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결국 배제됐다. 정부는 "향후 확대 여부 검토"라고 여지를 남겼지만 확대하더라도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 따라 선별적인 적용을 계속할 방침이다. "이미 DTI는 찌그러진 대책이다. DSR을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만큼 DTI 전국 확대는 접었다"는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상환능력심사는 DSR로 대체하고 DTI는 계속 부동산 대책으로 쓰겠다는 의미다.
연체금리 인하 방안을 담았지만 금리인상 시기로 접어든 만큼 좀 더 적극적인 대출금리 인상을 억제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는 "이번 대책이 총량이 아니라 차주별 접근 방식을 택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금리인상기에 접어들어 금융기관들이 대출금리를 급격히 올릴 가능성에 큰 만큼 이를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을 통해 관리할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