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행장님, 제 대출이자 깎아주면 안되나요

이학렬 기자
2017.11.07 16:12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행장님께. 안녕하세요. 억울한 마음에 이렇게 펜을 잡습니다. 저는 1억원 남짓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매달 꼬박꼬박 돈을 갚고 있는 대한민국 평범한 '빚쟁이' 국민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자를 연체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니 가계대출 연체율은 극히 낮은 수준이더군요. 지난 9월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0.25%였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18%로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반면 대출금리는 높습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찾아보니 신규취급액 기준 지난 9월 가계대출 금리는 연 3.41%입니다. 과거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기업대출 금리가 연 3.48%라는 점을 고려하면 낮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난 5월과 7월에는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보다 높은 '기현상'까지 발생했습니다.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보다 높은 건 2010년 3월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기업대출을 말씀드린 건 기업대출 연체율이 가계대출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58%로 가계대출의 2배가 넘습니다. 게다가 저는 제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만일 제가 돈을 못 갚으면 제 집을 경매에 부쳐 대출금을 모두 회수하시겠지요. 반면 기업은 부동산을 담보로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신용을 기반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체율도 낮고 떼일 위험도 적은데 기업과 이자 수준이 비슷한 게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지금까지 '돈 떼일 위험이 많은 사람에게 이자를 더 받는다'라고 배워왔습니다. 실제로 1년전인 지난해 8월은 이같은 상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시 가계대출 금리는 연 2.95%, 기업대출 금리는 연 3.38%였습니다. 같은 시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0.34%와 1.31%로 가계대출이 월등히 낮았습니다.

은행이 왜 가계대출 금리를 기업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할까 생각해보니 정부 때문이었습니다. 1년 사이에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6.19 부동산 대책, 8.2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습니다. 지난달에 발표한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부동산 대책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이렇게 나서니 은행이 가계대출 금리를 높여 증가세를 억제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가격 인상(대출 금리 인상)은 수요(대출)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죠. 가파른 집값 상승과 과도한 가계부채가 앞으로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니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행장님께 바라는 게 있습니다. 정부와 함께 연체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계시는데 연체금리 낮추는 것도 좋지만 이자를 꼬박꼬박 내는 국민에게 인센티브를 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적절한 예인지 모르겠지만 이동통신사들은 장기 고객의 요금을 깎아줍니다. 동네 구멍가게도 단골 손님에게는 '서비스'를 줍니다. 제가 성인이 된 이후 은행과 거래한 지 20년이 넘습니다. 빚은 꼬박꼬박 갚을테니 성실한 채무자에게 이자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실 생각은 없으신지 건의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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