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대출규제 3종 세트에 울고 있는 실수요자·중소상인

이학렬 기자
2018.03.27 10:38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특별공급 당첨자가 발표되자 ‘금수저’ 논란이 일었다. 분양가 14억원(전용면적 84㎡)의 고가 아파트를 사기 어려워 보이는 20~30대가 당첨자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현금 1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결국 디에이치자이 개포에 당첨된 20~30대는 증여를 받을 수 있는 ‘금수저’일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중산층도 대출을 받아 강남에 입성할 수 있었지만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산층은 강남 입성이라는 꿈을 버릴 수 밖에 없어졌다. 인기 있는 지역의 아파트는 매매가 대비 빌릴 수 있는 돈이 30~40%에 불과하고 소득 대비 과도한 대출도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이뤄진 부동산 규제와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더해 26일부터는 ‘대출규제 3종 세트’까지 시행됐다. 우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도입돼 소득에 따라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 총액이 정해진다.

또 연간 부동산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 도입으로 부동산 임대업자가 대출을 받기도 까다로워졌다. 마지막으로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가계대출을 포함한 모든 대출총액을 영업이익과 근로소득 등 총소득으로 나눈 LTI(소득대비대출비율)도 사업자대출 참고지표로 활용된다.

은행들이 DSR 기준을 높게 잡아 당장 DSR 때문에 대출이 거절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앞으로 소득이 적은 사람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RTI는 오피스텔이나 점포 등에서 나오는 임대소득으로 노후생활 자금을 보태려 했던 은퇴자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고민을 던지고 있다. RTI 규제로 대출한도가 줄어들면 퇴직금에 대출을 더해도 목 좋은 곳에 오피스텔이나 점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LTI는 치킨집, 김밥집 등 음식업종에 종사하는 많은 중소상인들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가게가 어려워져 대출이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가게가 어려우면 소득이 줄어 대출한도가 축소될 수밖에 없어 중소상인은 운영난에 대출난까지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

대출규제 3종 세트는 갚을 수 있는 정도의 대출만 받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리스크를 줄이고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는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담보에만 의존하는 금융회사의 대출심사 관행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기 지역의 아파트를 구입하고자 하는 중산층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인에게는 상당한 족쇄가 될 수 있다. 대출규제 3종 세트가 중산층의 부동산 실수요자와 중소상인의 대출을 어렵게 만들어 부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것이 아닌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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