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들면 뭐 하나요? 정작 돈이 많이 들어가는 반려견 치료는 보장이 안돼 내 돈 내고 받아야 하는데요."
직장인 A씨는 최근 기르던 반려견이 슬개골(무릎뼈) 탈구로 제대로 걷지 못하자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했다. A씨는 애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200만원 이상의 수술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A씨는 이전에 애견보험 가입을 고려했지만 슬개골 탈구를 비롯한 많은 질병이 보장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포기했다. 보험사는 슬개골 탈구가 소형견에게 많이 발생하다 보니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정부가 반려동물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정책을 약속하면서 보험사들도 그간 유명무실했던 반려동물보험(펫보험)이 활성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펫보험을 판매 중인 손해보험사는 3~4개에 불과하고 가입률은 0.1%도 채 안 되지만 최근 정부가 표준진료제와 반려동물 등록제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며 신상품을 출시하거나 준비 중인 보험사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펫보험 가입을 결정하는 반려동물 소유주와 정부 정책간 온도차가 크다는데 있다. 정부는 반려동물 등록제 확대를 위해 내장형 칩 등록 의무화 등을 검토 중이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유기견을 막기 위해 반려동물을 의무적으로 해당 시·군·구에 등록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제도 시행 10년째인 올해 전체의 약 20%가량만 등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내장형 칩 등록을 의무화하면 등록률이 높아지고 보험사의 펫보험 손해율 예측 등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소유주들 마음은 다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직장인 B씨는 "반려동물로 등록하기 위해 내장형 칩을 체내에 삽입하는 것이 반려동물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비용도 적지 않다"며 "여러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등록한다 해도 건강보험처럼 반려동물 진료에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민영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굳이 등록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으면 최대 6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1000만 마리에 육박하는 반려동물을 전수조사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펫보험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다 보니 반려동물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병 중 하나인 심장사상충 등을 비롯해 주요 질병에 대한 보험 혜택이 크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결국 펫보험이 외면받는 이유는 반려동물 소유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적인 지원이 아닌 원론적인 공약을 반복하는 탓이 크다. 반려동물 등록제에 대한 등록 유인을 높이고 소유주들이 가입하고 싶은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