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어느 회사 보험 드는 게 좋아요?"

전혜영 기자
2018.09.26 14:43
[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

“치아보험에 가입하려는데 어느 회사 보험이 좋아요?”

“부모님 건강보험 하나 들어드리고 싶은데 뭐가 제일 나아요?”

보험 담당 기자를 하며 주변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간 봐온 상품 보도자료를 떠올리며 진지하게 생각해보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뭐가 좋다고 콕 짚어 말하기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 유형별로 여러 상품이 다양하게 나와 있지만 주요 보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부 독창성을 인정받은 신상품은 개발 보험사가 몇 달간 독점적인 판매권을 보장받기도 하지만 배타적 사용권이 종료되면 곧바로 비슷한 상품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차별성이 떨어진다.

결국 보장은 큰 차이가 없으니 보험료를 비교해보고 싼 상품에 가입하라고 말하지만 보장이 비슷한데 보험료라고 크게 차이가 날 리 없다. 이렇다 보니 보험은 상품의 차별성에 대한 고객의 판단으로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설계사나 GA(법인대리점) 등 판매채널에 ‘화력’을 집중한 결과로 팔리는 경향이 많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판매채널 경쟁을 지양하고 차별화된 상품으로 질적 경쟁을 펼치라는 취지에서 2015년에 보험상품과 관련한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며 가격을 자율화했다. 그 후 3년이 흘렀지만 보험은 여전히 보장 구조와 가격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상품들이 ‘붕어빵’처럼 양산되고 있다.

그나마 자동차보험에서 우량 고객을 잡기 위한 다양한 특약과 할인상품 개발이 이뤄지며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비슷한 특약이라도 회사별로 할인율이 달라 주행거리가 많은지, 자녀가 있는지, 첨단안전장치가 장착됐는지 등에 따라 보험료를 비교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고 특약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을 실시하며 이마저 위축되고 있다. 당국이 보험료에 구두로라도 개입하면 보험사로선 정해진 보험료 내에서 상품 구조와 특약을 만들 수밖에 없어 차별화 여지가 축소된다.

한 보험사 고위관계자는 “모든 보험상품이 완전경쟁 체제로 가야 소비자의 선택권이 강화된다”며 “완전경쟁 체제에선 보험료를 인상하면 소비자가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어 이를 만회할 만한 특약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보험료를 올리더라도 여력이 되면 다시 낮추는 식으로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상품과 가격에 대한 결정권을 당국이 쥐고 있는 한 보험사들은 당국의 눈치를 보며 다른 보험사와 비슷하게 하려는 보신주의를 버리기 어렵다. 보험상품과 보험료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되 상품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거나 이유 없이 보험료를 높였다면 제재하는 방식으로 사후점검을 강화해야 보험사간 경쟁이 치열해져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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