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생중계한 KAIST(한국과학기술원) 2026년도 학위수여식
尹 '입틀막 사건' 이후 현직 대통령 첫 방문
3000여명 이공계 학·석·박사생 배출

"실험실 창업이든 세상이 아직 상상하지 못한 미지의 이론이든 상관 없습니다. 정부를 믿고 마음껏 도전하십시오."
20일 대전 유성구 KAIST(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본원 류근철스포츠컴플렉스에서 카이스트 2026년도 학위수여식이 열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카이스트를 방문해 이처럼 축사했다.
카이스트 졸업식에 현직 대통령이 방문한 건 지난 2024년 학위수여식 때 '입틀막' 사건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한 졸업생이 무대에 선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감축한) R&D 예산을 보강하라"며 고성을 지르자 경호원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갔던 사건이다.
삼엄했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이날 처음으로 생중계된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이 대통령은 졸업생들을 향해 "과학기술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글로벌 경쟁의 파고 앞에서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희망과 포부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라며 "여러분이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될 차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연구 과정에서 흘린 땀방울 하나하나가 성공을 위한 귀중한 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연구 제도를 과감하게 혁신하겠다"며 "무엇보다 단단한 이공계 안전망을 구축해 적어도 돈이 없어서 연구를 멈추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같은 신진 연구자가 마음껏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초연구 예산을 17% 이상 과감히 늘린 것이야말로 우리 정부의 가장 큰 성과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달라진 분위기에 카이스트 졸업생들도 환호했다. 특히 이날 수여를 마치고 행사장을 떠나는 이 대통령 내외를 향해 카이스트 학생들이 모여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학생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를 꺼내 '셀카'를 요청하거나 악수를 요청했다. 대통령 내외는 이에 하나하나 응했고, 학생들과 여러 차례 '셀카'를 찍은 뒤 이내 퇴장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2026년도 대표 학위 수여자에게 직접 졸업 증서를 수여했다. 카이스트 인재상을 상징하는 인물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에서 각 1명씩 선정된 가운데 류승현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생, 최진 전산학부 석사생, 매르트 야쿠프 바이칸 항공우주공학과 학사생이 대표로 무대에 올랐다.
류 박사생은 카이스트에서 학·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14년간 연구와 음악을 병행한 '피아노 치는 뇌과학자'다. 어린 시절 과학과 음악에서 모두 두각을 드러냈지만, 예술이 순위로 환원되는 음악 콩쿠르에 회의를 느껴 보다 객관적인 정진이 가능한 과학자의 길을 택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과학도로서 그는 알츠하이머병과 암의 관계에 주목, 두 질환과 관련된 단백질이 신경세포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연구 중이다. 졸업 후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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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 전산학부 석사생은 시각장애 청소년을 위한 AI(인공지능) 교육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을 연구한다. 메타버스 환경이 장애인에게 여전히 높은 벽이라는 점을 분석한 연구를 국제 학회 'AAATE 2023'에서 발표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학회 여정 동안 시각장애인 교수와 동행하기도 했다. 향후 장애인뿐만 아니라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연구를 이어 나가는 게 목표다.
외국인 최초로 카이스트 총장 장학생에 선정된 매르트 야쿠프 바이칸 항공우주공학과 학사생은 학사 대표로 섰다. 졸업 평점 3.88(4점 만점)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학부 과정 동안 SCI급 논문 4편을 게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내달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해 우주 추진 및 연소 모델링 분야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날 2026년도 학위수여식에서 박사 817명, 석사 1792명, 학사 725명 등 총 3334명이 학위를 받았다. 카이스트는 1971년 설립 이래 총 8만4490명에 이르는 졸업생을 배출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