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마불사에 대응하는 방법

임일섭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연구센터장
2018.11.26 15:31

바둑용어였던 '대마불사'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대형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구제금융을 비판하는 의미로 자리잡았다. 영어로는 TBTF(Too Big To Fail)인데, 1984년 컨티넨털 일리노이 국립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계기로 대중화됐다.

1984년 5월 미국에서 3번째로 큰 은행인 컨티넨털 일리노이 은행이 대규모 부실로 뱅크런이 발생했고 연방예금보험공사는 보호한도를 초과하는 예금뿐만 아니라 모든 채권을 보호하겠다는 선언했다. 이후 개최된 청문회에서 당시 하원의원이던 스튜어트 매키니는 "우리는 TBTF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놀라운 은행을 갖게 됐다"고 개탄했다.

대마불사 또는 TBTF는 도산할 경우 전체 금융시스템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형 은행을 지칭한다.

대마불사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2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대형은행의 도산 가능성을 억제하는 것이며 둘째는 대형은행이 도산하더라도 구제금융 없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1980년대를 휩쓸었던 저축대부조합의 연쇄도산 이후 미국의 대응은 첫째 방향에 가까웠다. 1991년 개정된 연방예금보험공사법에는 적기시정조치와 최소비용원칙 등이 담겼는데 이는 당국의 신속한 개입을 통한 부실 억제, 부실 정리 과정에서 예금보험기금의 손실 최소화 등을 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시스템 리스크 상황을 최소비용원칙의 예외로 적시했듯이 대마불사는 암묵적으로 용인했다.

대마불사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2010년 이후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국은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대형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회생 및 정리계획'을 사전에 작성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부실이 발생하면 우선 자체적인 회생을 모색하고, 자체적인 회생이 어려울 경우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주주와 채권자 등의 손실분담을 통한 부실 정리 방안을 사전에 준비해 구제금융의 필요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하자는 것이다.

회생 및 정리계획의 작성은 대형 금융기관이 도산하더라도 구제금융이 불필요한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대마불사 문제는 구제금융에 대한 기대로부터 비롯되는데, 정리계획의 사전 작성은 구제금융을 불필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위기가 도래하기 이전에 미리 준비해두면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2008년 위기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던 미국은 즉흥적인 구제금융을 단행했고 이에 대한 여론의 반감은 위기대응 과정에서 당국의 운신을 어렵게 만들었다. 국내에선 2016년 정책당국이 대형 금융회사의 회생 및 정리계획 도입 방침을 밝혔고 예금보험공사를 중심으로 시범 정리계획의 작성 등이 진행중이다. 차질없는 진행을 통해 위기대응 시스템이 한층 더 탄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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