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주제로 보고서를 냈다. 국내 연구기관이 다루기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전관효과’를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KDI의 명성에 맞지 않게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왜 그럴까?
KDI 보고서를 요약하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4개 금융당국 가운데 특히 금감원 출신 인사가 금융회사에 재취업하면 3개월 내 제재받을 가능성이 16. 4% 감소한다는 것이다. KDI는 그 원인을 “감독권한의 집중에 따른 유착 가능성”에서 찾았다. 즉 금감원 출신 직원과 금감원 간의 ‘유착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당사자인 금감원은 펄쩍 뛴다. 금감원 검사·제재에 대해 잘 모르면서 엉뚱한 결론을 냈다고 반박한다.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검사한 뒤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재를 확정하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제재가 확정돼 공시하기까지는 1개월이 더 소요된다. 게다가 금전적 제재 등 중징계는 금감원 단독으로 판단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가 최종 결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재재 확정 후 1개월 지난 공시자료를 토대로 “재취업 후 3개월 내 제재가 감소한다”고 분석한 것은 검사, 제제, 공시 시차를 고려하지 않은 엉뚱한 결론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금감원 검사 대상 회사는 5000개에 육박한다. 검사 인력이 부족해 수년간 검사를 받지 않는 회사도 수두룩하다. 금감원 출신 인사가 영입된 회사에 때마침 제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을 확률은 지극히 낮다. 금감원 출신 인사가 제재를 피하려고 ‘로비’를 하려 한다면 굳이 검사 후 제재 수위를 낮추기보다 검사 대상에서 빼는 게 더 효율적이다.
허술한 통계와 성급한 결론, 보고서 작성 후 수개월이 지난 시점의 발표 등으로 인해 KDI가 보고서를 작성한 의도도 의심을 받았다. 기재부가 이달 말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재검토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KDI가 기재부를 ‘지원 사격’하기 위해 논란이 된 보고서를 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적어도 문제의 보고서는 KDI의 신뢰와 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