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신용평가의 시야가 금융거래 이력 밖으로 넓어진다. 대출·카드 사용 이력이 많지 않은 주부나 사회초년생, 중·저신용자의 상환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도서 구매, 지역화폐 사용 이력이나 거주지 평균 전세가 같은 대안 정보가 신용평가 모형에 들어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과 금융그룹은 대안신용평가 모형에 활용하는 비금융 데이터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동안 은행권은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한 고객을 평가하기 위해 통신비 납부, 휴대폰 소액결제, 커머스 이용, 카드 가맹점 정보 등을 보조 지표로 활용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다 생활에 가까운 정보까지 살펴보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지역화폐 사용 정보와 보험료 납부 정보를 대안신용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지역화폐 사용 이력은 지역 내 소비 활동을, 보험료 납부 이력은 정기적인 납부 성실성을 보여주는 자료로 쓰일 수 있다. 한 시중은행은 일부 사회초년생을 위한 대출 상품에서 거주지역 전세가 평균을 반영한다.

금융그룹 차원으로도 대안 정보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현재 대안신용평가 모형에 티맵 운전자정보, BC카드 가맹점정보,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공제 정보 등을 활용하고 있다. 향후 모형 고도화 과정에서 금융결제원 수시입출금 정보와 도서 구매 정보 활용도 검토할 예정이다.
하나금융도 교보문고, 세금 환급 정보 등 생활 밀착형 정보를 추가 도입해 금융권 최대 수준의 대안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부터 개인금융 신용평가 모형에 이를 적용해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의 상환능력을 더 입체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구상이다.
농협금융은 올해 하반기에 대안 정보 기반 머신러닝 심사전략을 설계하고 2금융권 대환을 지원할 계획이다. △통신비 납부 이력·공과금 납부 이력 등 생활 데이터 △도서 구입·전통시장 이용·대중교통 이용 등 소비 데이터 △개인사업자 가맹점 매출정보 등 사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심사에서 거절 판정을 받았던 고객도 대안 정보를 함께 평가하면 승인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책을 몇 권 사야 신용평가에 유리한지, 전통시장을 얼마나 이용해야 하는지 같은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되지 않는다. 대안 정보별 가중치나 반영 방식이 알려질 경우 신용점수를 높이기 위한 인위적인 소비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활용되는 정보도 상품별로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운전자정보는 교통법규 준수 여부 등을 살피는 데 쓰일 수 있고 운수업 개인사업자의 영업 활동을 보는 보조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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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안신용평가는 특정 소비를 많이 했다는 이유로 점수를 올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의 상환능력을 보완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장치"라며 "모든 상품에 같은 대안 정보를 쓰지는 않고 대출상품별 특성과 고객군에 따라 활용하는 정보가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