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에 대해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은행들에게 권고했다. 영업이익이 대출이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상당수여서 은행들이 충당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을 옥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들에게 IFRS9 관련해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 기업을 정상여신으로 분류하지 말고 요주의로 분류,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권고했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은 한해 영업이익이 대출이자보다 적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지금까지 연체 등 부실이 발생한 여신에 대해서만 충당금을 쌓았다. IFRS9에서는 미래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여신을 ‘스테이지(stage)2’로 분류하고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미래 부실 가능성이 높은 여신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은 기준의 하나로 이자보상배율 1미만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이 구체적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IFRS9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했고 다른 은행들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가 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여신의 충당금 적립은 최대 7%이지만 요주의는 최대 15%까지 쌓아야 한다.
특히 이번 조치는 시중은행보다 지방은행에 부담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시 담보를 확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추가 충당금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지방은행은 담보 없이 신용으로 시설자금을 대출해주는 경우가 많다.
또 대출 만기가 시중은행은 짧은 반면 지방은행은 상대적으로 긴 것도 지방은행 부담이 큰 이유로 꼽힌다. 스테이지2는 미래 손실 가능성을 측정하기 때문에 1년 만기 단기 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보통 시중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1년 만기로 진행하고 1년마다 만기를 연장한다.
실제로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IFRS9 스테이지2를 선제적으로 도입했지만 추가로 쌓은 충당금은 3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담보나 보증서 없이 장기로 자금을 대출하는 경우 추가로 충당금을 쌓아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충당금 부담이 커져 재무구조가 취약한 일부 중소기업에 대해 대출을 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국회에 보고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외부감사결과를 공시한 2만2798개 기업 중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기업은 13.7%인 3112개에 이른다. 은행들이 스테이지2를 적용하지 않기 위해 담보를 추가로 요구하거나 만기를 짧게 가져가도 기업의 자금 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충당금 적립 방식이 미래 예상 손실률 중심으로 바뀌면 정상적인 경영 유지가 어려운 중소기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많다. 최근 은행들이 순이익이 크게 늘면서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고 있는 만큼 요주의로 분류해도 추가로 쌓는 충당금이 많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을 평가할 때 이자보상배율 외에도 다양한 내용을 보기 때문에 회계기준 변경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