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구조조정 '책임론'의 굴레

변휘 기자
2019.02.15 04:40

"결국 구조조정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자리인데. 몸 담기 부담스럽겠죠."

KDB산업은행(산은)이 설립을 추진 중인 구조조정 자회사 'KDB AMC'(가칭)를 두고 한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이렇게 우려했다. 산은이 한동안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론에서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이동걸 현 회장이 취임한 2017년 9월 이후로 범위를 좁혀도 책임론은 반복됐다. 취임 즈음의 금호타이어 매각 협상 결렬,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포기,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와 R&D(연구개발) 법인 신설, 화승의 법정관리 신청 과정 등에서 산은은 매번 관련 업계와 정치권,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다만 이 회장 취임 후 약 1년 6개월은 '이전과 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조와의 벼랑 끝 협상으로 금호타이어 매각을 성사시켰고, 한국GM은 간단치 않은 논란을 연거푸 봉합했다. 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를 보냈고, 대우조선해양은 20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된다.

부작용이 존재하고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하지만 잇단 구조조정 실패로 한때 무기력해 보이기까지 했던 산은에 적어도 '눈에 띄는 변화'가 찾아 온 건 사실이다.

변화의 이유로 산은 직원들은 "리더십"을 꼽는다. 관료와 정치권의 압력에 구조조정 원칙이 휘둘리기 일쑤였지만, 과거에 비해선 산은 판단에 힘이 실린다고 느낀다. 직원들끼리 "회장님이 실세 맞나 보다"라는 말을 주고 받기도 한다고.

결국 새로 만들어질 KDB AMC 역시 구조조정 원칙을 지킬 수 있는 독립성 확보가 관건이다. 독립성이 흔들리면 산은의 구조조정 책임 떠넘기기, 낙하산 자리 만들기 목적 자회사라는 비판이 뒤따를 게 뻔하다.

산은으로부터 가능한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스템, 산은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대상 업계의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하는 시장 친화적 조직이 필요하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책임보다는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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