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서울 가는 지방은행…존재 이유가 뭔가요?

박광범 기자
2019.08.06 05:33

[금융 골목상권, 지방은행②]시중은행에 치이고 지역경제 직격탄 맞은 지방은행, 수도권 점포 수 10년 사이 16개→73개

[편집자주] 금융의 '골목상권' 지방은행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방 우량고객 뿐 아니라 시도금고까지 시중은행에 빼앗기며 점유율은 떨어졌다. 덩치가 수십배 큰 시중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으며 운신의 폭도 좁다. 지역의 안정적인 '자금줄' 기능을 약화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2009년 3월 말 16곳에 불과했던 지방은행들의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점포는 10년 후 73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지역 점포수는 727개에서 678개로 줄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수도권 진출이 극적으로 이뤄졌다. 두 은행의 수도권 점포는 2009년 3월 말 1개, 4개에서 지난 3월 말 16개, 31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지역 점포수는 각각 78개에서 72개, 103개에서 100개로 줄였다. 다른 지방은행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은행이 떠난 자리는 시중은행들이 메웠다. 4대 시중은행은 지난 3월 기준 916개의 점포를 수도권 외 지역에서 운영 중이었는데, 이는 지방은행 전체 지역 점포수(678개)보다 많다.

◇시중은행에 치이고 지역경제 직격탄 맞고=지방은행이 '위기'다. 시중은행과 달리 지역밀착 특화 영업을 하라고 설립된 게 지방은행이었다. 그런데 '지방'에서 지방은행이 밀려나고 있다. 지방은행의 거점 지역 여신점유율은 2015년 25.1%에서 2019년 3월 말 23.5%로 낮아졌다.

지방은행들은 영업 전략을 세울 때 '지역'을 최우선순위에 둔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수도권 진출 역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한다.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시중은행들의 지방 영업 드라이브 탓에 지역에서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A지방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수도권에서의 기업대출 경쟁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지역 우량기업까지 넘보기 시작했다"며 "낮은 금리에 높은 인지도를 앞세운 시중은행들에 고객을 빼앗기다 보니 다른 대출처를 찾아 나서야 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정책도 시중은행들의 지방영업을 부추겼다고 한탄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의 위험 가중치는 15% 올리고, 자영업을 제외한 기업대출 위험 가중치는 15% 낮춘 새 예대율 규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하면서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영업이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설명이다.

NH농협은행의 존재도 껄끄럽다. 농협은행은 국내 1015개 지점 중 574개인 56.6%가 비수도권에 분포해있다. 사실상 '전국구 지방은행'으로 지역에서의 입지가 공고하다.

그렇게 지역에서 입지가 좁아진 지방은행들은 수도권 진출에 속도를 냈다. 일부 지방은행들은 수도권을 넘어 해외까지 영업 범위를 넓혔다. 지방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수도권과 해외 진출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경제 어려운데…지방은행 역할론 부상=반대편에선 지방은행 '역할론'이 강조된다. 지방은행의 설립 목적인 '지역밀착경영' '지역 동반성장'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할 시점이란 것이다.

지방은행 연체율은 시중은행 대비 2배지만 그 덕분에 수익성 지표인 ROA(총자산이익률)는 시중은행보다 좋다. 최근 10년간 시중은행의 평균 ROA는 0.47%인데 지방은행은 이보다 0.13%p 높은 0.60%를 기록했다. 지방 기업의 사정을 잘 아는 지방은행이 관계형 영업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 올렸다는 방증이다.

금융당국도 얼어붙은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지방은행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신용도가 낮은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현수준의 연체율을 감안하면 대출 여력이 아직도 더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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