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하다”, “겸손하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성품을 말하는 형용사들이다. 그렇지만 겉으로 드러난 면모일 뿐이다. 그를 아는 이들은 부드러움 뒤에 가려진 ‘강함’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KB금융그룹의 경영사는 ‘KB 사태’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고 한다. 이를 윤종규 이전, 윤종규 이후로 등치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KB금융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을 겸직하면서 경영진의 갈등으로 얼룩진 KB를 ‘원(One) KB’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지배구조를 안정화했고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체계화했다. 2017년 11월 회장직을 연임한 뒤에는 은행장 자리를 허인 행장에게 넘겼다. 일련의 과정에서 ‘누구 사람’, ‘누구 라인’이라는 분류는 사라졌다.
그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처럼 보스 기질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특유의 스타일로 조직을 장악했다. 그의 ‘원 펌, 원 케이비(One Firm, One KB·하나의 회사, 하나의 KB)’ 전략은 실적 면에서 괄목한 성과로 이어졌다. 구성원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도 됐다. 그룹의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가져 왔다. KB금융 2금융 계열사 관계자는 “경쟁사들에게 하나의 KB로 인식되면서 업계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KB금융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윤 회장의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계열사 CEO를 능력 위주로 기용하다 보니 파벌 갈등도 없고 ‘원 KB’를 ‘원 팀’으로 뭉치게 했다”고 말했다.
KB금융 임직원들은 윤 회장의 ‘듣는 리더십’에 높은 점수를 준다. 실제 윤 회장은 CEO를 ‘Chief Enabler Officer’라고 표현한다. 구성원을 ‘돕는 사람’(Enabler)이라는 의미에서다. KB금융 한 임원은 “회의, 이사회를 진행할 때 발언권을 가장 먼저 담당 임원에게 준다”며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마지막에 보충 설명하는 식으로 덧붙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매번 임직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임직원들을 파악하고 권한을 준다. 실제 후계자 육성은 그가 공들인 분야 중의 하나다. 조직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3연임 도전을 앞두고도 ‘후배들의 앞길’을 이야기하며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런 만큼 그의 시선은 미래로도 향해 있다. 윤 회장은 그동안 디지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해 남다른 경영 철학을 드러내 왔다. 그는 과거 “알리바바, 구글과 같은 IT 기업이 KB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는 의아하게 받아들였던 임직원들도 공감하기 시작했다. KB금융의 또 다른 임원은 “몇 년 전 윤 회장이 비대면, 초연결을 강조하면서 디지털 분야 전반에 걸쳐 대비를 당부했는데 코로나19와 상황이 맞아떨어졌다”며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SG 경영에 주력하는 건 리딩금융그룹의 책임감 때문이다. 윤 회장은 “친환경 금융을 실천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건 리딩금융그룹 위상에 걸맞은 활동”이라고 소신을 피력해 왔다.
윤 회장은 끈질긴 면모도 갖고 있다. 통신과 금융을 융합한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을 탄생시킬 때도 금융당국의 마음을 돌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법 등 각종 규제에 가로막혔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법 개정은 어려우니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 업무로 분류해달라고 금융당국을 계속 설득해 뜻을 이뤘다. 최근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생명보험사를 사기 위해 꾸준히 인내하면서 시장을 지켜보다가 건진 것이다.
KB국민은행 노조가 성과위주의 경영방식을 거론하며 그의 연임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지만 은행권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KB국민은행의 노동강도는 윤 회장 이전보다 분명 강할 수 있지만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에 비하면 여전히 약하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KB국민은행 파업 때 은행업무가 거의 차질 없이 돌아간 것처럼 오히려 유휴인력의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조직의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는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덜 빡빡했던 조직문화를 정비하다 보니 노조와 관계가 악화된 측면도 있는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