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지방은행 경영 환경이 악화됐지만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지방경기는 좋지 않았다. 지방 금융그룹들이 비금융 계열사를 추가하거나 수도권과 해외로 영역을 넓히려고 시도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코로나19는 시중은행과 격차가 벌어지는 하나의 계기가 됐을 뿐이다.
CEO들의 고민은 깊을 수 밖에 없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김지완 BNK회장의 지난 행보에서도 이런 흔적이 읽힌다. 그는 2017년 9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 조치엔 지방은행 생존전략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담겼다. 키워드는 ‘외연 확장과 내실’.
김 회장은 디지털총괄과 WM(자산관리)총괄, 글로벌사업 총괄 본부를 신설하고 투자은행(IB)본부를 기업투자금융(CIB) 총괄본부로 확대 재편했다. 비이자수익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와 함께 수도권 은행 영업을 강화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전국 영업점 추이를 보면 2017년 말 427개 점포가 올 상반기 405개로 줄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수도권 점포는 16개에서 18개로 늘었다.
이 같은 전략을 실행한 결과 BNK는 단단해졌다. 2017년 94조3500억여원이던 그룹 자산은 올 상반기 111조5100억여원으로 불어났다. 순이익은 3867억원에서 5989억원(2019년 말)으로 2년만에 54.9% 급증했다. BNK투자증권 순이익은 2017년 19억원에서 지난해 말 210억원으로, BNK자산운용은 7억원에서 25억원으로 증가하며 비은행 부문의 성장을 이끌었다. 비은행 이익 비중은 김회장이 취임하던 2017년 3분기 12.8%에서 올 상반기 21.6%로 확대됐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은행 중심 금융그룹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구했다. 이는 곧 비이자이익의 확대를 뜻한다. 역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대표적인 성과는 2018년 인수한 하이투자증권이다. 김 회장 임기 중 인수한 유일한 비은행 자회사다.
그룹 내 기여도는 최고다. 동학개미들에 의한 폭발적인 주식 거래로 증권 수수료 수입이 크게 늘면서 상반기 하이투자증권은 48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기존 비은행 자회사인 DGB캐피탈, DGB생명 모두 이익이 개선되면서 상반기 비은행 수익은 39%를 넘어섰다. 대구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인수 전인 2017년 그룹 전체 이익에서 대구은행 비중은 90%에 달했다.
DGB는 글로벌 사업으로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최근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특수은행 (DGB Specialized Bank)’의 상업은행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대출 뿐만 아니라 수신·외환 등 종합금융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다. 이달 5일에는 2018년 인수한 현지 대출전문은행을 상업은행(CB)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지주 회장 취임과 동시에 과거의 양적 성장에 제동을 걸고 여신 관리와 역내 기반 강화, 해외 진출을 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다. 관리력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상반기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충당금 전입액 증가율 규모가 경쟁 지방금융그룹들에 비해 크게 낮은 32.0%에 그친 것.
역내 기반 강화는 안방시장 점유율이 계속 낮아지자 나온 처방이다. 실제 김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8년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역내 여신 점유율은 각각 24.7%, 20.4%로 1년만에 각각 0.5%p, 2.2%p 낮아지는 등 내리막을 걸었다. 올 상반기 말 현재 두 은행 점유율은 22.2%, 19.4%로 더 떨어진 상태다.
JB금융은 지역 밀착 관계형 금융과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 중금리 대출 수요를 겨냥한 ‘1.5금융’ 전략을 구사하며 지역 시장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도 공략중이다. JB금융은 올 4월 베트남 모건스탠리 게이트웨이 증권 지분 100%를 인수하며 광주은행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JB금융은 이 곳에서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현지 부동산 및 인프라 개발 관련 금융주선업무에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베트남 1금융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지방금융그룹 수장들은 지나온 길보다 헤쳐갈 길이 더 험난하다. 지방 경기 추락과 인구 소멸에 가속도가 붙어서다. 지난해 2월 수도권 인구가 지방을 넘어서고 코로나19로 지방 일자리가 속속 사라지면서 3,4월 수도권 순유입 인구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많은 2만7500명에 달했다. 이대로 두면 은행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BNK의 경우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교수가 BNK금융 임원들을 대상으로 부산·경남 지역의 인구절벽에 대해 시뮬레이션 한 내용을 강연한 뒤 임원들은 충격을 받았다. 미래의 일이 아니라 당장의 문제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BNK그룹은 조 교수 강연 직후 새 미래전략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인구절벽은 BNK 뿐 아니라 DGB, JB금융 등 지방 금융그룹 모두의 문제다. 1.0명이 안 되는 출생률을 감안하면 금융그룹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단지 지방이 먼저 겪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지방은행들의 해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