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공무원 A씨는 지난 1월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3년여에 걸친 지방과 세종시 본청 근무를 마치고 서울청에서 일하게 되면서 주말부부 생활을 겨우 끝냈지만 여윳돈(?)이 없어 한동안 합가하지 못한 기억 때문이다. A씨는 노부모를 모시느라 가족이 살던 1주택 외에 2주택을 유지했는데 그게 걸림돌이 됐다. 지방을 떠도는 사이 자녀들은 대학생이 됐고 아이들에게 방 하나씩 나눠주려면 평수를 넓혀 이사해야 했다. 그런데 일시적이라도 3주택 구매대출은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A씨는 한 달 넘게 돈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뛰었지만 은행들은 손사래를 쳤다. 결국 개인신용등급이 1등급(옛등급제 기준)임에도 마지못해 2금융권을 찾아 상대적으로 고금리 급전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 대출규제가 20년 넘게 청렴을 지킨 국세공무원의 신용도를 갉아먹은 셈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총대출잔액은 지난해말 기준 77조60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9.4% 늘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잔액 비중은 크지 않았다. 지난해말 25조7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잔액의 33% 수준이다. 그럼에도 전년 대비 15.8% 급증했다. 2019년 말에는 저축은행 부동산담보대출잔액이 2018년 말보다 3.7% 정도 늘었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받지 못하니 저축은행으로 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험사도 다르지 않다. 역시 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전체 보험사가 취급한 부동산담보대출은 총 89조원이다. 2018년 말만 해도 77조6000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부터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보험사의 주담대 규모가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규모를 넘어서기도 했다.
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의 지난해말 총대출잔액은 401조1000억원이었다. 2019년 말보다 35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부동산담보대출잔액은 349조1000억원이었다. 주담대 잔액이 91조6000억원, 비주택담보대출(이하 비주담대) 잔액이 257조5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1년간 증가한 상호금융대출잔액 35조7000억원 중 30조7000억원이 아파트 등 주택을 제외한 토지, 상가건물 등 비주담대 대출이다. 상호금융은 은행 수요를 받아준 것은 물론 ‘땅투기’의 돈줄 역할까지 한 셈이다.
이같은 추세는 올들어서도 심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 당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중 상호신용금고와 저축은행 등을 비롯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달(+2000억원)보다 14배 늘어난 수치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 2조1000억원으로 2조원을 넘어선 이후 2개월 연속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2월 1조2000억원 감소하고, 지난해 2월 2000억원 증가한데 비하면 지나친 쏠림현상이다.
2월에 A씨처럼 은행권을 벗어나 상호신용금고와 저축은행에 찾아가 주담대 문을 두드린 이들의 수요는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같은 주담대 증가액은 지난해 12월 4000억원에서 올 1월엔 9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더니 2월엔 1조원을 넘어섰다. 올들어 한 달에 약 1조원 넘는 수요가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린 셈이다.
이는 2019년 2월 2금융권 주담대 규모가 전월보다 1조4000억원가량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2월에도 수치는 -9000억원이었다. 그러던 것이 월별로 1조원씩 늘어난 것이다.
금융권 전체가 2월에 가계에 내준 대출총계는 9조5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은행권 비중이 6조7000억원으로 70% 수준이다. 지난해 2월 은행권 비중이 9조3000억원(98%)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축은행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결국 정부의 은행권 대출규제 강화와 맞물린 결과일 수밖에 없다. 한쪽을 누르니 다른 쪽이 치솟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