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은행에선 달력 줬는데 여기는 왜 없어요?"
"달력 하나만 더 주세요."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은행 영업점에선 '달력 실랑이'가 벌어진다. 비대면·디지털 시대에도 은행 달력은 수요가 꾸준하다. 심지어 중고거래 플랫폼에 등장할 정도로 인기다.
은행에서 연말마다 달력을 만들어 나눠주는 건 시작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유래가 깊다. 은행은 영업점 근처 개인사업자, 중소기업, 거래 고객에게 연말 인사차 달력을 배부해왔다. 근처 식당에 걸린 '○○은행' 달력으로 홍보 효과도 노렸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건 '은행 달력을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 때문이다. 근거 없는 이야기지만 은행 달력을 '돈 주고' 구하는 경우도 있다. 지역 커뮤니티엔 '은행 달력 어디서 구하느냐'는 글이 줄을 잇는다.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은행 달력'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은행 영업점에서 공짜로 받은 달력에 2000~3000원을 붙여 판매하는데 대부분 '거래 완료' 표시가 떠 있을 만큼 빠른 시간 안에 거래가 성사됐다.
은행 영업점에서 반복되는 실랑이도 만만찮은 달력 수요 탓이다. 준비한 수량이 벌써 동 난 점포도 꽤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마다 기간을 정해놓고 달력을 배부하는데 이미 물량을 소진한 곳이 많다"고 했다.
A은행은 내년 달력을 벽걸이로 42만부, 탁상용으로 80만부 총 122만부 제작했는데 점포마다 소진 속도가 빨라 고민이다. 이 때문에 벽걸이 달력 800부, 탁상 달력 1500부를 확보한 점포는 고객 1명당 1부씩 제한을 두고 달력을 나눠주고 있다.
B은행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70박스의 달력을 준비해 지난달 말부터 고객에게 배부하고 있다. 약 3000개 물량인데 빠르게 나가고 있어 조만간 동 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가끔 은행을 돌며 '달력 쇼핑'을 하는 등 막무가내로 달력을 달라고 하는 고객도 있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물량이 한정적이라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영업점 직원은 "실랑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예 날짜를 딱 정해두고 달력을 배부하고 있다"며 "물량이 동 나면 영업점 문 앞에 안내문을 걸어두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