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IT 대기업)는 '혁신'을 입에 달고 산다. 소위 '레거시' 기업들은 꿈도 꾸지 못했던 경계와 상식을 허물고, 서비스 간 융합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금융업권에서도 마찬가지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은 항상 이를 주장했다. 결제와 송금이라는 서비스를 기본으로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과의 융합, 그로 인해 파생되는 서비스들이 고객을 편리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객들을 위해 '손해 보며 장사 한다'는 말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금융위원회가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을 들으면서 이들을 밀어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스코트 해 가며 기존 금융사들을 넘어설 수 있도록 특혜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규제차익을 안겨 줬다. 손톱 밑 가시가 있으면 핀셋으로 빼줬다.
라이선스도 없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지정대리인 제도를 활용해 대출을 할 수 있었고,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도 짧은 시간 안에 코스피에 상장을 할 수 있던 것도 금융위의 기여가 컸다.심지어 '빅테크= 선'이라고 언급하는 당국자도 있었다.
그러던 금융위가 또 한번 배신당하는 사건이 하나 터졌으니 카카오로 적을 옮기는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의 '먹튀'다. 그를 포함한 고위 경영진 8명은 카카오페이 주식을 팔아 거의 900억원 가량을 현금화했다.
물론 법적인 문제는 없다. 고객이자 카카오페이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을 생각한다면 상장 40여일 만에, 그것도 코스피200에 편입된 날 주식을 내다 판 행위를 곱게 볼 수는 없다. 결국 한창 오르던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혁신과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했던 류 대표의 말은 '뻥'처럼 여겨졌다. "새 경영진이 리더십을 행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향후 행사할 스톡옵션에 대비한 세금 마련 차원"이라는 변명을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카카오페이라는 기업과 경영진 개인의 이해관계만 타산했지 고객과 주주는 고려 밖인 셈이다.
착하지 않은 범법자들이 주로 '착하게 살자'는 구호를 내세운다. 말끝마다 혁신을 말하는 이들도 의심받을 만하다. '혁신'보다 '혁신적 탐욕'으로 증명했다. 한탕이 가능하도록 고속도로를 닦아 준 금융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혁신기획단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