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국내 금융그룹 수장들이 해외 투자자 유치와 주가 부양을 위한 '글로벌 세일즈' 행보를 본격 재개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최근 국내외 '큰 손 투자자'들이 대거 함께 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화상 IR(기업설명회) 컨퍼런스에 일제히 직접 참여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오는 4월쯤 '글로벌 세일즈 투어'를 위해 2년 반만의 해외 출장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실적에다 금리인상 호재로 금융주 주가가 탄력을 받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주가 부양 행보에 나선 것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조용병 신한지주·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주 모건스탠리가 주최한 화상 IR 컨퍼런스에 각각 참여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지난해 경영실적과 중장기 성장 전략,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번 컨퍼런스엔 국내외 유수의 기관투자가 30여 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 회장이 퇴임을 앞둔 점을 감안해 이후승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대신했다고 한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번주부터 다음주까지 열리는 JP모건 주최 IR 컨퍼런스에도 직접 참여한다. 금융권 핵심 관계자는 "유수의 글로벌 큰 손들이 참여한 데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직접 화상으로 투자자들과 소통해 코로나19 상황임에도 IR 열기가 뜨거웠다"며 "글로벌 긴축에 따른 금리인상 효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내 금융지주들의 호실적이 예상돼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특히 높았다"고 전했다.
해외 투자자들은 국내 금융지주들의 생존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재무지표 외에 빅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진, 디지털 전환 흐름에 대응하는 중장기 성장 전략과 ESG 활동 노력 등을 투자 판단의 지표로 활용하겠다는 시그널로 분석된다.
그룹 숙원인 완전 민영화를 이뤄낸 손 회장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 오는 4월쯤 해외 IR을 위해 아시아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 출장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의 성장 스토리를 해외 투자자들에게 적극 알려 주주 가치를 제고하려는 주가 부양 차원이다. 손 회장의 해외 IR은 중동과 유럽, 북미 지역을 잇따라 찾은 2019년 10월 이후 2년 반 만이다. 해외 출장이 성사된다면 글로벌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민간 과점주주 중심의 완전한 민영화와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계획 등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앞서 지난 9일 우리금융 실적발표 컨퍼런스에 깜짝 등장해 기업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코로나 상황으로 대면 IR 기회가 줄어든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지난해 완전 민영화로 조성된 성장 모멘텀을 바탕으로 사업포트폴리오 확충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도 오미크론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진정되면 적극적인 대면 해외 IR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활발한 해외 IR 행보를 보여왔으나 2020년 초 코로나 감염 확산 이후 대면 IR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지난해 11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참석차 방문한 영국과 미국, 프랑스에서 코로나 이후 첫 해외 IR에 참석한 게 유일했다.
조 회장은 최근 자사주 1200주를 추가 매입해 주가 부양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화상회의 등을 통해 해외 주주나 글로벌 투자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 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지만 해외 주주와 글로벌투자자과의 소통 강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국내 금융지주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다시 썼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연간 순이익 4조원 시대를 열었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3조원대 중반, 2조원대 중반의 순이익을 시현해 사상 최대였다. 지난해 결산 배당도 코로나 확산 이전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