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에 1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준 메리츠금융그룹이 약 1000억원의 자금을 조만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금융이 홈플러스에 대출을 내주면서 담보로 잡은 62개 가운데 일부 점포의 매각이 성사된 데 따른 것으로 메리츠 측이 향후 추가적으로 담보권을 실행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 일부 점포의 매각이 최근 성사돼 약 1000억원의 대출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점포는 지난달 4일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하기 전에 이미 매각을 추진했던 점포다. 당시 홈플러스는 2곳의 점포 매각을 진행 중이었다.
이번에 1000억원을 회수하면 홈플러스가 메리츠에 갚아야 하는 대출금은 종전 1조2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최종적으로 자금 회수를 확정하려면 매수자의 동의와 함께 법원의 판단도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금융의 계열사인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62개 매장을 담보로 1조3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줬다. 홈플러스에 대출을 내준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기업회생 신청 직전 기준으로는 대출잔액이 1조2000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의 부동산과 유형자산은 신탁재산으로 관리 중이기 때문에 기업회생과 무관하게 이자에 대한 연체가 발생하면 메리츠 측은 언제든지 담보권 실행이 가능하다. 실제 지난달 5일 메리츠 측은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수익권 행사는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와 무관하며 EOD(기한이익상실) 발생 즉시 담보처분권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후 추가적으로 공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점포 매각건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전에 진행된 건이다. 다만 향후 메리츠가 추가적으로 61개 점포에 대해 담보권을 실행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메리츠 측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을 대출해주며 '12개월 내 2500억원을 조기상환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다'는 취지의 특약을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내 2500억원, 2년 내 6000억원의 조기상환을 해야 한다는 특약이다. 대출 만기는 2027년 5월까지고, 첫 조기상환일은 다음달 도래하는 셈이다.
홈플러스는 오는 6월3일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가장 많은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메리츠 측이 기한이익 상실에 따라 담보권을 실행할지 여부가 기업회생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리츠 측은 담보로 잡은 점포의 담보가치가 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시간을 끌수록 담보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담보권을 신속하게 행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다만 홈플러스의 협력사와 직원 등에 미칠 파장까지 고려할 수 밖에 없어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자구안 등을 보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