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기관의 분담금 대부분을 부담하는 은행은 직원과 점포 수를 줄이는데 감독기구는 늘리는 초현실적인 대처입니다. 몸은 약해지는데 머리가 2개로 늘어나면 걷지 못해 쓰러질 겁니다."
24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인 오창화 금융감독원 팀장은 이같이 말했다.
같은 시간 다른 대형은행(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본점 앞에서도 금감원 직원들은 각각 1인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감독기관 두배, 업무부담 두배'라고 쓴 피켓을 들고 출근길 1시간여 동안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이 대형은행 앞에서 시위를 벌인 이유는 은행권이 금융소비자보호원(이하 금소원) 분리내용을 담은 '금융감독체계 개편' 반대에 동참해주기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금소원이 분리·신설되면 은행권은 금감원과 금소원 2개 기관의 검사를 받고 분담금을 내야 한다.
출근길에 시위를 목격한 은행 직원들도 금소원 분리반대에 공감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 신한은행 직원은 오 팀장을 향해 "응원한다"며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5대 은행의 임직원 수는 지난 3월말 기준 7만1431명으로 3년 전과 비교해 1909명 줄었다. 반면 현재 560여명 수준인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금소원으로 분리·독립되면 최소 600~700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FSA(금융감독청)도 FCA(금융행위감독청, 금소원 역할)와 PRA(건전성감독청, 금감원 역할)로 분리된 후 FCA는 기존 1000명 규모에서 4000명까지 인력을 키웠다.
은행권에서도 금소원이 독립하면 수검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자료를 요청하는 CPC(금융사 업무보고서 및 자료제출 요구시스템)도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은행권은 침묵을 지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내용은 알고 있지만 새 정부 들어 은행에 요구하는 내용이 많아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이라며 "도울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도 없다"고 말했다. 개별 업권이 정부가 추진하는 안에 나서서 반대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은행연합회 등 협회 차원에서도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6월19일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경제 선순환과 금융산업 혁신을 위한 은행권 제언'에도 금융감독 체계개편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노조도 관망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금감원 노조가 금융노조 소속 산별노조가 아니라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