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솎아낼 통계 없는데"…만기연장 규제 대상 '깜깜이' 우려

김미루 기자
2026.02.23 16:09
임대사업자 대출 '데이터 공백' /그래픽=김지영 기자.

다주택 임대사업자의 대출 만기연장 관행을 손질하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정작 은행권 전산에는 차주의 보유주택 수를 확인할 수 없어 정책 타깃을 명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통계없이 규제 설계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규제 효과를 사전에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 은행권 부동산 임대업 기업대출 차주의 보유주택 수는 현재 전산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기업대출 심사 과정에서 담보물건의 지역이나 주택 유형(아파트·다세대 주택 등)은 확인할 수 있지만 차주가 몇 채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필수 입력 정보가 아니다. 그만큼 실제 다주택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는 추출하기 어렵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9일 전 금융권 기업여신 담당 임원을 불러 추출 가능한 통계 범위를 파악해 달라고 요청한 배경이다. 규제 대상이 명확히 특정되지 않을 경우 만기연장 제한 같은 규제가 1주택자를 포함한 차주 전체를 대상으로 과잉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다주택 임대사업자 대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금융감독원도 대응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 20일 '다주택자 대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진행했다. TF는 등록민간임대뿐 아니라 기업여신 중 업종이 부동산 임대업으로 분류된 대출 전반을 대상으로 담보 주택 유형과 만기 구조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확한 통계가 없는 상태에서 규제 개선을 논의해야 하는 만큼 규제 효과 가늠 자체가 쉽지 않은 과제라는 평가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임대업 기업대출 가운데 주거용 대출 잔액은 17조4379억원으로 전체 임대업 기업대출의 8.6%가량이다. 이 가운데 다주택자 비중은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없다.

금감원 TF 관계자는 "(다주택 여부를 분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알고 있고 어떻게 파악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은행 등 금융회사와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TF는 전 금융권 다주택자 현황을 분석하고 필요시 금융위, 국토교통부와도 협의할 예정이다.

차주 동의 절차 등을 통해 정보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더라도 규제 적용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주택 여부를 확인하려면 등기부 조회나 세무 정보 연계, 차주 동의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해 전산 체계 개편과 실무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다주택 여부는 전산상 관리되지 않아 대상자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며 "차주가 만기연장을 신청할 때 개별적으로 보유주택 수를 확인하는 방식이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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