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은 정리되는데... 1년 새 농협 PF 사업장 매물 6배 '쑥'

이창섭 기자
2026.03.11 16:20

농협 경·공매 대상 PF 사업장 53곳
천안농협 강원도 콘도 사업장, 1년 이상 안 팔려… 입찰가 반토막

매각 추진 부동산 PF 사업장 현황/그래픽=이지혜

지역단위 농협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정리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의 경·공매 대상 PF 사업장은 1년 새 9개에서 53개로 약 6배 늘었다. 같은 기간 91개에서 22개로 줄어든 저축은행과는 대조적이다. 천안농협이 대주단으로 있는 강원도 양양의 대형 콘도 사업장은 1년 새 가치가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매각 추진 리스트에 공개된 지역단위 농협의 PF 사업장은 53곳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월부터 매달 부실 정리가 필요한 PF 사업장 목록을 공개한다. 소송이 진행되는 등 일부 사유를 제외하고 경·공매가 진행되는 금융권의 PF 사업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농협은 지난 1년간 경·공매 진행 PF 사업장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권이다. 지난해 1월에는 매각 추진 리스트에 공개된 사업장이 9곳에 불과했다. 1년 새 부실 정리가 필요한 사업장이 6배 늘어난 것이다.

농협 PF 사업장의 감정평가액 합계는 지난해 1월 약 33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공개된 사업장 개수가 많아지면서 이달 초 기준으로는 감정평가액이 1조25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개 이후에도 1년 이상 팔리지 않는 악성 사업장도 있다. 천안농협이 대주단으로 있는 강원도 양양의 대형 콘도 PF 사업장이다. 해당 사업장은 2024년 10월 말 기준 최저입찰가가 약 1004억원이었다. 지난해 7월에는 약 537억원으로 가치가 46.5% 줄었다. 이달 초 기준으로도 아직 팔리지 않아 매각 추진 사업장 리스트에 공개됐다.

이 외에도 화순농협의 전남 순천시 동외동 주상복합(감정가 약 342억원), 능주농협의 전남 여수시 오림동 연립주택(감정가 약 1345억원) 등 지방 소재 사업장들이 1년이 지나도 팔리지 않는 악성 매물로 남아있다.

이는 저축은행 업권이 PF 부실을 상당수 덜어낸 것과 대조적이다. 저축은행의 경·공매 대상 부실 PF 사업장 개수는 지난해 1월 기준 91개다. 사업장들의 감정평가액 합계는 약 2조2700억원이었다. 이달 초 기준으로 저축은행 사업장 개수는 22곳으로 줄었다. 감정평가액도 5600억원 수준이다.

저축은행 업권은 2023년 말부터 고강도로 부실 사업장을 덜어냈다. 6차례에 걸쳐 업권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PF 정상화 펀드를 가동했다. 이렇게 해서 정리한 PF 부실 규모는 약 2조4100억원에 달한다.

농협을 비롯한 상호금융권의 사업장 정리는 비교적 더디게 진행됐다. 새마을금고의 경·공매 대상 PF 사업장은 지난해 1월 32곳이었는데 1년 새 9곳이 오히려 늘었다. 같은 기간 신협의 경·공매 사업장은 10곳에서 9곳으로 1곳만 줄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리스트에 빠진 사업장은 대부분 경·공매가 완료됐거나 다른 방법으로 정리가 된 것"이라며 "업권별 사업장 정리 실적과 연동되는데 상호금융권은 최근 들어 정리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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