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해외 의결권 자문 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안건분석 권고가 새삼 주목 받았다. "부패한 이너써클"(이재명 대통령) 논란에도 금융지주 이사회가 현 회장들의 연임 안건을 주총에 올렸기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ISS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의 연임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회장과 이사회가 작당해 6년, 9년씩 해먹고 있어 주주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게 정부의 시각인데 정작 ISS는 주주들에게 회장의 연임에 찬성하라고 권고했으니 아이러니하다.
ISS는 금융지주 주총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60~80%)이 절대적이고 외국인 주주들은 ISS의 권고를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SS의 파워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예고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 덕분이다. 정부는 금융지주 회장이 연임할 경우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하고, 3연임시 4분의3 이상 찬성표를 얻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외국인 주주들의 ISS 의존도가 변하지 않는한, ISS가 어떤 의견을 내느냐에 따라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가 좌지우지 될 수 있다.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해 '참호를 구축'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특별결의가 도입되는 것인데, 엉뚱하게도 해외 자문사의 영향력만 키워주는 꼴이다. 과거에 ISS가 '반대' 의견을 냈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연임 안건(2020년)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선임 안건(2022년)의 주총 찬성률은 56%, 60%로 겨우 과반을 넘겼다.
ISS가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뒤흔든 유명한 일화가 있다. 2013년 어윤대 KB금융 회장 시절, 전략담당 P부사장이 일부 사외이사들의 재선임을 막기 위해 ISS를 몰래 접촉한 사건이다. 어 회장은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생명) 인수를 추진했으나 이사회 반대로 무산됐다. 이를 계기로 사외이사들과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 ISS는 P부사장이 제공한 '내부정보'에 따라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 의견을 낸다. 결과적으로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은 통과됐으나 ISS 접촉 사건의 여파로 어 회장은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난다.
ISS의 공신력과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실제 JP모건체이스는 최근 의결권 자문기구를 배제하고 내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ISS는 국내 상장사 1100여곳의 주총 안건을 분석하지만, 정작 국내 사무소도 없다. 그러다 보니 금융지주사들이 ISS와 접촉하기 위해 ISS 산하 컨설팅 자회사에 일부러 일감을 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회장 '참호 구축'을 막겠다고 추진되는 특별결의나 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완벽한 정답은 아니다. ISS를 활용한 또 다른 '참호 구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영진 견제를 넘어 경영권에 간섭하는 '사외이사들의 참호 구축' 문제도 KB 사태의 교훈이다. 주주권 확대가 지배구조를 왜곡시키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가능성도 금융당국은 세세하게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