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손해율 90%룰'에 신상품 줄줄이 보류…"혁신 동력 사라졌다"

이창명 기자
2026.03.22 06:00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을 비롯한 보험회사CEO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이 금감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2.2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금융당국이 신규 담보에 대한 손해율 가정을 90% 이상으로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주면서 보험사들이 신규 상품 출시 계획을 줄줄이 보류하고 있다. 과도한 가정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보장을 해 주는 혁신적인 신상품이 '씨'가 마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손해율 90% 가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줄줄이 신상품 출시 계획을 보류하는 등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판매 데이터가 없는 신규 담보에 대해 자의적으로 손해율 가정을 해 왔다. 지금까진 5년간 경험통계가 없는 신규담보의 경우 손해율을 낮게는 60%까지 잡을 수 있었는데 오는 6월 이후에는 90% 이상으로 가정해야 한다. 신규담보 개발 자체가 회계부담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보험사들이 새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의도적으로 손해율을 낮춰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을 과도하게 인식하는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손해율 가정 가이드라인을 추진해왔다. 미래이익인 CSM은 계약을 체결한 보험에서 예상되는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지표다. 손해율이 높아지면 CSM이 줄어든다.

하지만 경험통계가 없는 신규 담보의 경우 사실상 처음부터 손해율을 90% 이상 잡아야 한다. 특히 보험사 입장에서 신상품은 시장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공격적인 담보를 포함하거나 새로운 특약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아 손해율을 더 높게 잡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존 상품에서 일부 특약을 강화하는 경우라도 사실상 신규 담보로 취급해 손해율을 높게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보험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대형사에 비해 브랜드파워가 밀리는 중소보험사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그간 보험시장의 저작권의 해당하는 '배타적 사용권'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해온 중소보험사들 입장에선 상품을 출시하자마자 손해율을 90% 이상으로 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한 중소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대형사는 기존 포트폴리오로 버틸 체력이 있지만 중소 보험사는 남들이 안 하는 상품을 선제적으로 내놓아야 생존할 수 있다"며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배타적사용권 도전 자체가 재무적인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보험 시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신상품을 보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만큼 보험업계는 신상품 등에 대해서는 손해율 가정 규제가 완화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년간 데이터가 없는 담보에 대해서 종전보대 손해율을 높게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대형사도 타격이 적지 않다"면서 "보수적인 손해율 관리는 필요하지만 '혁신'을 위한 예외 조항이나 유연한 적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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