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 약 51조원인 서울시의 차기 금고 수주전의 막이 올랐다. 1915년부터 100년 넘게 금고를 지킨 우리은행이 현 금고지기인 신한은행을 상대로 설욕전을 벼르는 가운데 은행권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9일 시금고 입찰설명회를 열어 본격적인 선정작업에 돌입했다. 설명회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은행과 SC제일·IBK기업은행 등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서울시는 다음달 4~6일 제안서를 받고 같은 달 11~15일 PT(프레젠테이션)를 진행한 뒤 5월 중순쯤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시금고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현 금고지기인 신한은행과 직전 금고지기인 우리은행의 참전이 유력하며 국민·하나은행은 아직 참여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서울시금고를 맡은 경험이 있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2파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시의 전산 요구사항이 워낙 까다로워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해본 경험이 있는 은행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시금고 검사에서 세출일계표 제출지연, 이자지급 처리오류 등 총 21건을 지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금고는 올해 은행권 기관영업의 최대어로 꼽힌다. 서울시의 올해 예산은 51조4778억원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대규모여서 대규모 수신을 유치할 수 있다. 국가 수도의 금고를 맡는다는 상징성이 커 브랜드가치 상승도 기대된다.
현재 가장 강한 의욕을 보이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1915년 대한천일은행 시절 경성부금고(현 서울시금고) 업무를 취득해 운영하다 2019년 신한은행에 밀려 서울시 제1금고를 내줬고 2023년엔 신한은행에 제2금고까지 뺏겼다. 우리은행은 자본력과 내부통제 수준을 이전 입찰 때보다 끌어올린 만큼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서울시·구금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입찰준비에 돌입했고 부행장 직속으로 편성해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현 금고지기인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서울시금고 TF를 발족하고 26개 부서, 총 91명을 투입해 △제안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행적 리소스 파악 △입찰 시까지 초격차 IT(정보기술)시스템(안) 마련 △정책연계사업 추가발굴 등 서울시만을 위한 맞춤형 제안준비 등에 나섰다. 다만 신한은행은 지난 8년간 서울시금고를 운영하며 재정적 부담이 작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익성과 브랜드가치 상승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를 제시해야 하는데 6개월 후 상황도 예상하기 어려워 코로나19 때처럼 금리가 떨어지면 금고지기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과 지속가능한 성과창출 등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베팅할지 등을 다양하게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