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금융민원이 13만건을 첫 돌파했다. 전년 대비 10.4% 늘어난 수치다. 첫 거래 이벤트 지원금을 미지급한 빗썸으로 인해 금융투자 민원이 65% 뛰었다. 보험금 지급 분쟁으로 보험업권은 전 업권 중 가장 민원이 많은 업권이란 불명예를 이어갔다. 은행권은 보이스피싱 민원이 대폭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금융민원이 12만8419건으로 전년 11만6338건 대비 10.4%(1만2081건) 증가했다고 21일 밝혔다. 금융민원은 지난 2023년 9만3842건을 기록한 이후 2024년 10만건을 넘어선 데 이어 매년 10% 안팎 늘고 있는 추세다.
권역별로는 보험이 49.0%(손해보험 37.6%, 생명보험 11.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저축은행·카드사 등 중소서민 22.5%, 은행 16.8%, 금융투자 11.6%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가 전년 대비 65.4% 급증해 업권 중 가만 큰 증가세를 기록했다. 손보와 생보도 각각 19.6%, 12.9% 증가했다. 은행과 중소서민은 10.2%, 2.9% 줄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은 지난해 2만1596건의 금융민원이 접수돼 전년 대비 10.2% 줄었으나 보이스피싱 민원이 전년 대비 2423건(125.7%) 급증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계좌 지급정지가 늦어져 피해가 확산했다는 민원과 반대로 지급정지를 한 계좌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민원이 발생했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의 민원이 3092건으로 신한은행(5위) 1537건 대비 2배 이상 많았다. 고객 10만명당 민원건수도 국민은행이 8.7건으로 가장 많다는 불명예를 안았다.
중소서민은 대부업권이 605건(25.8%), 신협이 572건(28.6%) 각각 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2만8942건이 접수돼 소폭 감소했다. 카드사 중에서는 신한카드 금융민원이 1390건으로 업계 유일하게 1000건을 넘었다. 10만명당 민원건수도 9.6건으로 가장 많다. 저축은행 중에서는 OK저축은행 민원이 234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금융민원이 가장 많은 손보업권은 지난해 4만8281건이 접수됐다. 증가율도 19.6%에 달했다. 특히 보험금을 얼마나 줄지, 지급 여부와 관련된 민원이 3135건 급증(14.0%) 했다. 회사별로 삼성화재 5346건, DB손해보험 4059건, 현대해상 3847건, 메리츠화재 3756건 순으로 절대적인 민원 건수가 많았다. 10만 명당 민원건수는 메리츠화재가 2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생보업권은 1만4656건 접수돼 전년 대비 12.0% 늘었다. 보험모집 민원은 전년 대비 12.8% 줄었으나 역시 보험금 산정과 지급 민원이 30.2% 늘어난 양상을 보였다. 회사별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각각 1573건, 1101건으로 1위, 2위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은 지난해 1만4944건의 민원이 접수돼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65.4%)를 기록했다. 특히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고객의 첫 거래에 대해 10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혜택 미지급으로 인한 민원이 급증했다. 가상자산업권 민원은 4088건 (1014.4%) 폭증했다. 이 업권의 민원은 2024년 하반기부터 접수를 시작했다. 증권사 중에선 신영증권 민원이 930건으로 가장 많았다. 10만명당 민원건수도 158.0건으로 가장 많다.
금감원은 접수 민원 중에서 12만7809건에 대해 처리했다. 전년 대비 17.0% 증가한 규모다. 민원 수용률은 41.3%로 전년 39.9% 대비 높아졌다. 다만 처리기간은 평균 46.6일로 전년 41.5일 대비 5.1일 증가했다. 주가연계증권(ELS) 및 티몬·위메프 등과 관련한 대규모 민원처리로 평균 처리기간이 늘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 후 소비자보호를 강조했지만 실제 지난해 금융민원은 10% 이상 늘었으며 민원처리 기간도 더 확대됐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은 상품설계·제조에서 판매-사후관리까지 단계별로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강화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나 실제 민원 감축 효과로 이어지는데는 시차가 빌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회사에 직접 민원을 제기하기보다 금감원에 먼저 민원을 접수한 민원인이 늘고 있는 것도 증가세의 한 요인으로 파악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원 비중이 가장 높은 보험의 경우 협회에 단순민원을 이송해 신속한 민원 해결 및 업계 자율처리 능력 강화하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분쟁조정위원회 개최를 정례화 하고, 분조위 구성을 다양화 하는 등 전문성 공정성도 제고할 방침이다. 민원·분쟁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생성성 인공지능(AI) 도입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