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녹아웃(knock-out) 조건이 없는 ELD(지수연동예금)를 잇따라 내놓았다.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ELD 가입자들이 녹아웃 조건에 걸려 최저수익률만 보장받는 경우가 잦아지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6월2일부터 코스피200지수에 연동된 ELD 9호를 3000억원 규모로 판매할 예정이다. 해당 ELD는 코스피200지수가 일정 범위를 한 번이라도 넘어서면 최저수익만을 보장하는 옵션인 '녹아웃' 없는 상품만으로 구성됐다. 5월에 신한은행이 출시한 8호 ELD는 녹아웃 기준이 가장 높은 상품을 기준으로 코스피200지수 상승률이 25%를 초과할 경우 최저수익률이 확정되는 구조였다.
은행들이 ELD 상품에 녹아웃 구조를 넣는 이유는 ELD가 원금보장상품이기 때문이다. 지수가 가입시점보다 떨어질 경우에 원금이 깨져야 은행 입장에서 손실을 보전할 수 있지만 원금 보장 조건 때문에 상승률이 지나칠 때 거꾸로 최저수익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일부 보전하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국내 증시가 지나치게 빠르게 상승하면서 녹아웃에 걸려 최저수익률만 보장받는 고객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에 은행들이 ELD를 통해 고객확보를 이어가기 위해 녹아웃 조건을 없애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녹아웃 조건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대신 최고수익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분산한다. 실제 지난 4월 ELD 상품을 15년 만에 출시한 부산은행은 녹아웃 기준을 없애고 연 최고 6.1%의 수익률을 제공했다. 녹아웃 기준을 부여한 다른 은행들이 최고 8~10%대 수익률을 명시한 것과 비교해 낮은 수익률이다.
NH농협은행이 지난 2월 출시한 올해 2호 ELD도 코스피200지수가 25% 이하로 상승하면 최고 연 10% 수익을 제공했지만 지난 27일 출시된 3호 ELD는 녹아웃 기준이 되는 상승폭을 45%까지 높인 대신 최고수익률은 연 7.25%로 하향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올해 여러 차례 ELD 상품을 내놓으면서 유사한 형태로 녹아웃 기준이 되는 지수상승폭을 높이는 대신 최고수익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조정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금을 보장해주는 상품인 데다 최고수익률이 연 10%에 달하다 보니 고객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최근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녹아웃에 걸려 고객들이 이탈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녹아웃 기준이 되는 상승률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